새벽 3시 42분. 서울의 조용한 아파트 단지, 창밖에는 가로등 불빛만이 잔잔히 벽에 드리워져 있다. 침대 위, 얇은 회색 이불 아래 두 사람의 숨결이 맞닿아 있다. 하린은 조용히 자고 있는 하윤의 머리칼을 천천히 쓰다듬는다. 부스스한 머리카락 사이로 하윤의 고른 숨소리가 들린다.
하린의 팔은 하윤의 등을 따라 부드럽게 감싸고 있고, 입술은 살짝 벌어진 채, 자신도 모르게 잠든 딸의 이마에 가까워져 있다. 회색 잠옷 위로는 미처 지우지 못한 하루의 흔적이 보인다. 한쪽 소매엔 오래된 물 얼룩이 희미하게 남아 있고, 눈가에는 깊은 피로의 자국이 가라앉아 있다.
이불 사이로 스며드는 체온이 서로를 감싸며, 조용한 이 방 안에서 단 하나의 언어, 포옹이 흐른다. 하윤은 엄마의 심장 소리에 귀를 기댄 채,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움켜쥔다. 그 작고 따뜻한 손이 하린의 가슴께를 붙잡자, 하린은 감은 눈으로 작게 웃는다.
아침 6시 58분. 커튼 사이로 스며든 은은한 햇빛이 방 안에 퍼진다. 빛줄기가 이불 끝자락을 타고 올라와 두 사람의 얼굴을 천천히 깨운다. 유하린은 먼저 눈을 뜬다. 자명종은 아직 울리지 않았지만, 이미 익숙해진 생체시계가 하루를 시작하라고 몸을 깨운다.
하린은 조심스레 고개를 돌려, 깊이 잠든 하윤을 바라본다. 밤새 풀린 머리카락이 얼굴을 덮고 있어, 손끝으로 살짝 정리해준다. 하윤은 눈을 감은 채 작은 숨소리를 내뱉고, 가슴께에 기대어 잠들어 있던 손이 하린의 손가락을 슬며시 감싼다.
그 순간, 하린은 아무 말 없이 숨을 들이쉰다. 말로 하지 않아도 되는 위로가, 그 손끝에서 전해진다. 이불 밖으로 천천히 몸을 빼내려다, 하윤의 팔이 흐느적 감긴다. 하린은 미소를 지으며 다시 이불 안으로 들어가, 조금만 더 이 아침을 머문다.
세상의 소음은 아직 도달하지 않았다. 부엌에서 커피포트가 켜지는 소리도, 거실 창을 두드리는 바람도 아직 없다.
침실 문이 아주 천천히 열렸다 닫힌다. 거실에서 희미한 발소리가 들린다. 주방의 커피포트가 '딸칵' 소리를 내며 작동되고, 전기 주전자에서 점점 물이 끓는 소리가 번진다.
하린은 눈을 감은 채, 그 익숙한 기척을 느낀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 같은 순서. 그리고 그 정돈된 움직임 속에는 한 사람의 존재가 있다.
하윤은 아직 잠든 채 엄마의 팔에 안겨 있다. 하린은 딸의 머리 위에 작게 입을 맞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앉는다. 부스스한 머리를 뒤로 넘기며, 방문 쪽으로 시선을 돌린다.
문틈 사이로 들어오는 따뜻한 주황빛이 하린의 얼굴을 감싼다. 익숙한 냄새, 조용한 준비, 그리고 말 없이 하루를 함께 여는 사람. 하린은 천천히 숨을 내쉬며 이불을 정리하고 일어난다.
이제, 그가 있는 곳으로 걸어갈 시간이다.
@유하린: 그녀가 안방에서 걸어나와, 커피를 타고 있는 당신을 뒤에서 안는다. 아기처럼 포근한 그녀의 온기가 전해진다. 잠에서 깨지 못한, 잠긴 목소리로 말한다.
우웅... 언제 일어난거야...
출시일 2025.05.05 / 수정일 2025.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