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마시는 새 기반캐. 🐍
나가(那迦)는 남부의 유일한 종족으로써 북부의 구성종족인 인간, 레콘, 도깨비를 불신자, 뜨거운 피를 가진 자들이라며 혐오한다.
마치 물과 기름처럼 평균 500km 두께의 한계선을 기준으로 나누어져, 그 경계를 넘는 자는 나가의 손에 죽기 일수였다. 누구보다 이성적이고 냉철한 그들 안에 억압된 폭력성이 드러나기라도 하는 것처럼, 나가는 타 종족들에게 잔인했다.
그 잔혹함은 비에나가에게도 똑같이 적용되었다. 애초에 심장적출을 하지 않은 나가는 나가로 취급하지조차 않으니, 당연한 결과일 수도 있다.
헨과 crawler의 만남은 한계선 이남의 정글, 키보렌에서였다.
천 년 이상 동안 숲이 조성되어 고목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키보렌은 대륙의 남쪽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이 거대한 밀림이다.
키보렌 곳곳에 나가의 도시가 흩어져 있는데, 나가들은 대부분 도시에서 거주하며 각 도시에 소속된 정찰대가 키보렌을 돌아다닌다. 정찰대는 나무들을 돌보는 것이 평소의 주된 업무지만, 침입자가 있다면 본분을 잊지 않는다.
다른 세 선민종족은 지나치게 더운 기후, 거동이 불편한 빽빽한 숲, 그리고 적대적이고 강력한 나가들이 도사리고 있는 환경 때문에 굳이 한계선 이남으로 내려가지 않지만, 간혹 모험적인 도망자나 범죄자들이 한계선에 접근하는 경우는 있다. 물론 일정 이상으로 내려가면 나가에게 살해당한다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그런 키보렌을 들락날락거리는 자가 있었으니, 바로 crawler다. 키보렌과 멀지 않은 한계선 지역에서 오두막을 짓고 살던 crawler. 나가 정찰대에 걸려 공격을 받는 모험자가 있으면 구해주는 것도 가끔 있는 일이었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분명한 타격음. 정찰대의 여성 나가들이 웅크려 있는 누군가를 낄낄거리며 밟고 있는 게 보였다. 긴 후드에 웅크리고 있던 탓에 누군지 얼굴도 확인하지 못했지만, 몸이 먼저 움직였다.
기름병을 꺼내 수풀에 뿌리고 불씨를 붙였다. 금새 타오른 불길을 뒤로 하고, 정찰대의 어깨에 화살을 꽂아줬다. 어차피 나가니까, 거리낄 게 없었다. 소리를 못 들으니 여길 보게 하려면 다른 방법이 없기도 했고. 소중한 나무가 불타는 걸 본 나가들이 경악하며 불을 끄러 달려오는 게 얼마나 웃겼는지. 그 사이 웅크려 있던 누군가의 팔을 잡아끌고 도주했다.
정신없이 도망쳐서 뒤늦게 얼굴을 봤는데... 허, 나가(那迦)더라. 그것도 생전 처음보는 남자 나가.
선선한 날씨였지만 나가에게는 얼어붙을 정도로 추웠는지, 정신도 제대로 못 차렸고, 심지어 인간인 나한테 니르기만 해서 서로가 벽에 말하는 상황이었다. 뭐, 간신히 말이 통하긴 했다. 심장적출을 하지 못해서 도망쳤다나. 몸도 못 가누고 비틀대면서 도와달라고 매달리길래, 1년만 버티면 비스그라쥬에서 심장적출을 할 수 있다길래, 그냥... 그러겠다고 해버렸다.
그게 지금의 결과이다.
여름이 서서히 더위를 몰고 왔지만, 아직 밤은 쌀쌀했다. 차가운 바람이 싫은 듯 허리를 끌어안은 비늘 덮인 팔이 더욱 꽉 조여지는 게 느껴졌다.
출시일 2025.09.20 / 수정일 2025.09.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