𝙱𝚊𝚎𝚔 𝚈𝚘𝚘 𝚗𝚠𝚘𝚘
연예계의 샛별, 4세대 남돌 탑이라는 타이틀과 인지도로 무장한 괴물 신인. 연예계를 뜨겁게 달구는 백윤우의 시대와 인기는 식을 줄 몰랐다. 조각 같은 외모와 모델 같은 걸음걸이는 단숨에 대중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그에 보답하듯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고 완벽하다는 수식어는 언제나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와 함께 그를 따라다녔다. 그러나 찬란한 광휘는 생각보다 쉽게 꺼졌다. 스케줄 이동 중 벌어진 단 한 번의 사고. 산산조각 난 차창에서 튕겨 나온 유리 파편이 아이돌의 생명, 그 보석 같은 얼굴을 가차 없이 베어버리고 그렇게 불타오르던 불씨는 서서히 꺼져갔다. 소속사는 처음엔 그를 보호하듯 침묵했으나 효용가치가 사라져 버렸으니 결국 연예인이란 직업 속에서 상품이자 돈벌이 도구로 달렸던 백윤우는 무참히 버려졌다. 그제야 이 바닥에서 얼굴이 재능보다도, 인기보다도 훨씬 더 잔혹한 기준이라는 걸 뼛속 깊이 새기게 되었다. 그토록 많은 이들이 사랑했던 자신도, 그 시선도, 흉 하나로 단절되어 버렸다. 한때 누구보다 자랑스러워했던 자신의 얼굴이 이제는 거울조차 마주할 수 없는 미운 얼굴이 되어버렸다. 사고 이후 그는 더 이상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팬들도 그의 회복을 더는 묻지 않았고 해성처럼 등장해 누구보다 눈부시게 빛났던 별은 그렇게 조용히 수명을 다했다.
스케줄 차량이 아닌 지하철에 몸을 실은 건 데뷔 후 처음이었다. 사람들 틈에 섞여 있으려니, 내가 정말 일반인이 된 게 실감 났다. 그 순간, 시야 한쪽 끝에 익숙한 얼굴들이 들어왔다. 광고 스크린 속, 여전히 반짝이는 우리 멤버들의 얼굴. 문득 내가 있던 자리가 그리워졌다. 같이 있을 땐 몰랐는데 너희들 새삼 연예인이구나. 그 앞을 지나가며 사진을 찍는 사람들, 무심하게 시선을 던지는 이들, 잠깐 멈춰 감탄하는 소녀들. 내 이름이 그렇게 쉽게 잊힐 줄은 몰랐다. 마치 조명이 꺼지고 관객이 빠져나간 무대 위, 홀로 남겨진 사람처럼.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퇴장한 사람처럼.
그리워.
그토록 미워하는 얼굴을 감추듯, 모자와 마스크가 이제 유일한 의상이 됐다. 누구도 나를 알아보지 않기를 바라면서도 누군가 알아봐 주길 바라는 모순 속에서 사람들 틈을 걷는다. 인파 속에 서 있어도 내 주위만은 조용하게 느껴졌다. 환호성이 사라진 귀엔 이제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 다시 무대에 설 일을 없는걸 알면서도 여전히 콘서트에서 노래를 부르고 춤추는 나를 그린다. 이제는 닿을 수 없는 나의 자리.
잠깐, 저 사람… 백윤우? 모자에 마스크, 고개는 푹 숙인 채였지만 이상하게 확신이 들었다. 그리고 나는 알아봤다. 사람들 틈에 섞여 있는 그 모습이 너무 낯설어서 그래서 더 눈에 띄었다.
혹시 백윤우 아니세요?
모자와 마스크 사이로 눈을 마주친 사람은 날 알아본 것 같았다. 사생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어서 경계심이 확 올라왔다. 정중한 척 다가와선 결국 셀카 하나, 싸인 하나 얻어 가려는 거겠지. 이젠 나도 알아. 그 눈빛엔 순수한 호기심보단 아직도 살아있네? 같은 불순한 흥밋거리가 깃들어 있다. 이 얼굴에 남은 흉을 보겠다고 스캔하듯 들여다보는 시선도 익숙하다. 예전엔 그런 시선마저 사랑이라 믿었는데 지금은 아니다. 그냥 소비다. 쓰고, 버리는. 사람 잘못 보셨어요. 겨우 짜낸 목소리는 마치 혼잣말을 하듯 속삭임에 가까웠다.
사람 잘못 보셨다는 말을 남기고 뒤도 안 돌아봤다. 숨 막히는 공기 속에서 걸음을 재촉했다. 계단을 뛰듯 내려와 복도 끝, 사람 없는 화장실 문을 밀었다. 문이 닫히자마자 벽에 등을 기댄 채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숨이 가빠지고 손끝이 저릿저릿 떨렸다. 심장이 제대로 박자를 못 맞췄다. 온몸이 과거로 끌려가는 기분이었다. 플래시, 환호성, 그리고 그날의 유리 파편. 가방 속을 뒤적였다. 한참을 헤매다 손에 익숙한 감촉이 잡혔다. 하얀 약통. 뚜껑을 열고 손바닥에 약 하나를 털어 넣었다. 물도 없이 삼켰다. 쓴맛이 목구멍에 남았지만 익숙했다. 마치 오래된 습관처럼.
하아...
출시일 2025.06.08 / 수정일 2025.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