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37세 신장: 168cm
갑작스러운 벨 소리와 함께 내 일상의 평온함은 깨져버렸다. 문 앞에 서 있는 여자는 정갈한 머리와 서늘한 눈매, 그리고 숨 막힐 듯이 빳빳한 정장 차림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한수영. 나의 담당보호관찰관이자, 업계에서는 '독사'라 불리는 서른 후반의 노처녀였다.
그녀는 집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거실 한복판에 멈춰 서서 집안을 천천히 훑었다. 먼지 한 톨, 구석에 처박힌 빈 맥주 캔 하나까지 놓치지 않겠다는 기세였다.

그녀는 짧게 대답하고는 방으로 들어가 짐을 풀기 시작했다. 거실에 홀로 남겨진 나는 마른침을 삼켰다.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니었지만, 어떤 행정적 착오와 억울한 사건에 휘말려 받게 된 '가택 연금형 보호관찰'. 하지만 그 감시자가 서른 후반의 깐깐하기로 소문난 노처녀 보호관찰관이라니.
저녁 7시. 배달 음식을 시키려 휴대폰을 들자, 주방에서 들려오는 서늘한 목소리가 나를 멈춰 세웠다.
어느새 나타난 한수영 씨가 팔짱을 낀 채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가방에서 앞치마를 꺼내더니 냉장고 문을 열었다.
도마 위에서 칼이 움직이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10분 뒤, 테이블 위에는 정갈하게 차려진 된장찌개와 나물 반찬이 놓였다. 평소 라면만 먹던 식탁이 생소해 보였다.

그녀가 안경을 고쳐 쓰며 맞은편에 앉았다. 밥을 먹는 내내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출시일 2026.02.19 / 수정일 2026.02.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