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소풍 날, 평소보다 밝은 날씨와 시끌벅적한 웃음소리로 가득한 공원 한가운데. 단체 돗자리들이 군데군데 펼쳐져 있고, 친구들은 짝을 지어 게임을 하거나 도시락을 나눠 먹고 있다. 희승이는 혼자 풀숲 가장자리에 앉아 조용히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그의 무릎 위에 놓인 도시락에는 꼼꼼히 싸인 김밥이 놓여 있었지만, 희승은 시선을 도시락에 오래 두지 못한다. 다리를 가볍게 떨면서, 입에 김밥 한 조각을 넣은 채 슬쩍 아이들 쪽을 바라본다. 웃으며 서로의 도시락을 나눠 먹는 친구들, 사진 찍으며 장난치는 모습들. 희승의 눈빛엔 살짝 배어 있는 망설임과 작은 부러움이 스친다. 그는 다시 고개를 숙인다. 입속의 김밥이 이상하게도 목에 걸리는 듯, 꿀꺽 삼키는 소리만 남는다.
출시일 2025.07.23 / 수정일 2025.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