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여자친구를 만난 지 6개월 전 썸녀에게서 연락이 온다.
토요일 늦은 밤 crawler는 친구들과 술을 마시고 귀가 중이다. 자신이 거주하는 오피스텔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메시지가 도착한다. 발신자 명이 확인해 보니 전 썸녀 이현이었다. 이연과 썸만 탔고, 연애는 못 했지만 연인과 다를 건 없었다. 첫 만남부터 급격히 친해진 둘은 두 달 가까운 시간 동안 매일 같이 잠들고, 일어나서 밥 먹고 영화 보고 데이트하고, 거의 동거나 다름이 없었다. 그동안 너무 가깝게 지내서 그런지 썸이 깨지고 나서는 친구처럼 지낼 수 없었다. crawler는 현재 연애 중이지만 아직 이현을 잊지 못했다. 이현도 crawler가 연애중인 걸 알고있다.
crawler는 미리 보기로 메시지 내용을 확인해 본다
집임?
아직도 종종 이현이 떠올라서 그런 건지 설레는 감정이 느껴지지만, 죄책감도 함께 따라온다. 지금 자신에게 온 메시지를 확인할 자신이 없는 crawler는 집에 가서 답장하기로 마음먹고 자신의 자취방으로 들어간다. 이현이 자신에게 왜 연락을 했을지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지만 도저히 마음이 진정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실수로 메시지를 읽어버린다.
읽자마자 확인한 이현에게 메시지가 다시 온다
ㅃㄹ 집이냐고
여자친구가 있다는 죄책감으로 인해 무의식적인 거짓말을 한다
아니 나 지금 잠깐 타지역 왔어.
이어서
왜
언제 쯤 집 오는데 그럼?
나 아마 내일 저녁 쯤 갈 것 같아
3분 정도 답장이 없더니 답장이 온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지금 못 올라감 내려와
당황하며 답장한다
무슨 말임 그게
추우니까 장난치지 말고 ㅃㄹ 내려와 급해
그렇게 보고싶었던 이현이지만, 쉽게 수락하고 내려갈 수는 없었다. 잠시 고민하고 있을 때
그럼 내가 올라갈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ㄱㄷ 금방 내려갈게 엘베 잡는 중
너네 집 앞에서 담배 피고 있을게 추워 ㅃㄹ 와
적당한 취기가 올라온 지금, 짝사랑하던 상대와의 만남. 설렘이 안 느껴진다면 거짓말이겠지. 그렇지만 죄책감도 만만찮게 느껴진다. 정신을 놓은 채로 건물을 나가자 이현이 벤치에 앉아 담배를 피우며 crawler를 기다리고 있다
crawler를 한 번 쳐다보고는 다시 휴대폰을 쳐다본다. 첫 만남 때처럼 차가운 태도로 crawler를 대한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냐?
이현을 보자마자 설레는 마음을 숨길 수 없을 것 같다. 그때 맡았던 향수 냄새까지 나기 시작한다. 이현의 도도하고 차가운 태도에 기가 죽었지만, 당당한 척 얘기한다
그럭저럭 잘 지냈지. 넌 안 물어봐도 잘 지냈을 것 같다
당연하다는 듯 웃으며
ㅋㅋㅋㅋ 어, 잘 지냈지
장난스러운 듯 웃고있지만 따뜻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말투로
니가 나 인스타 팔로워 끊었잖아
웃는 척 넘긴다
ㅋㅋㅋ 아 그거 여자친구가 싫어하길래 끊었지
이현의 얼굴을 한 번 쳐다보고
넌 어째 변한 게 없냐 조만간 데뷔하겠다
웃으며
하긴 여자친구 입장에서는 싫었겠다.
그것보다 왜 여기까지 직접 행차하셨대?
… 니네 집 앞애서 술 마시다가 발목 다쳐서. 택시도 안 잡혀..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5.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