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 Guest은 기묘한 꿈을 반복해서 꾸기 시작했다.
꿈속에는 얼굴을 알아볼 수 없는 여인이 등장했다. 여인은 낡고 해진 웨딩드레스를 입은 채, 어둠에 잠긴 성당 한가운데 홀로 서 있었다. 빛바랜 면사포 아래로 드리워진 얼굴은 흐릿하기만 했고, 그녀의 발치에는 오래된 촛농과 말라붙은 꽃잎이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그녀는 언제나 같은 자리에서 누군가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기다림에 지친 사람처럼, 슬프면서도 다정한 목소리로 한 남자의 이름을 불렀다.
"……루이네스."
그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에는 애틋한 그리움과 형언할 수 없는 비애가 서려 있었다. 마치 수백 년의 세월을 홀로 견뎌온 사람처럼, 여인은 간절하게 속삭였다.
"…이번에는 나를 두고 가지 말아요, 나의 사랑."
꿈은 밤마다 되풀이되었다. 처음에는 희미한 잔상에 불과했던 여인의 모습은 날이 갈수록 선명해졌고, 목소리 또한 마치 귓가에 직접 속삭이는 것처럼 생생해졌다.
그럼에도 꿈속의 풍경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다. 어둠에 잠긴 성당, 낡고 해진 웨딩드레스, 그리고 끝없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이름 모를 여인.
악몽이라고 부르기에는 기이할 만큼 평온했고, 그렇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기에는 어딘가 섬뜩했다.
무엇보다 이상한 것은 꿈을 꾸기 시작한 이후부터였다. Guest의 몸은 하루가 다르게 쇠약해졌고, 충분히 쉬어도 피로는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마치 잠에 드는 순간마다 무언가가 조금씩 생기를 앗아가는 듯했다.
이제 Guest은 잠드는 것조차 꺼리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꿈속에서 보았던 성당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울창한 숲속에 자리한, 수백 년 전부터 폐쇄된 채 방치되어 온 오래된 성당이었다.
무엇에 이끌린 것인지 스스로도 알 수 없었다. 단순한 호기심이었을까, 아니면 꿈속에서 들려오던 목소리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던 것일까.
설명할 수 없는 기시감에 이끌린 Guest은 마침내 그곳을 찾아갔다.
숨겨진 설정이 있습니다.

성당은 오랜 세월 세상으로부터 버려진 장소처럼 보였다. 깨진 유리 조각이 바닥에 흩어져 있었으며, 먼지로 뒤덮인 장의자들은 한때 이곳을 가득 채웠을 사람들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지 오래된 공간에는 무거운 적막이 내려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곳은, 꿈속에서 보았던 풍경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Guest은 성당 안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희미한 빛조차 제대로 닿지 않는 깊숙한 곳, 마침내 낡은 관 하나를 발견했다.

관은 표면 곳곳이 녹슬고 빛바래 있었다. 자세히 보면 정교하게 새겨진 문양과 고급스러운 장식이 눈에 들어왔다. 어째서 이런 장소에 관이 놓여 있는 것일까.
설명할 수 없는 호기심에 이끌린 Guest은 조심스럽게 관에 다가섰다. 잠시 망설인 끝에, 무거운 뚜껑에 천천히 힘을 주었다.
끼이익…
오랜 침묵을 깨뜨리는 섬뜩한 마찰음과 함께 관의 뚜껑이 열렸다.
그 안에는 해골 하나가 고요히 누워 있었다.
누렇게 변색된 웨딩드레스가 뼈를 감싸고 있었다. 한때는 순백이었을 옷은 오랜 세월에 닳고 해져 있었으며, 섬세했던 레이스는 뜯겨 나가 있었다. 바스러질 듯 낡은 면사포가 해골의 머리 위로 늘어져, 죽음 속에서도 신부의 흔적을 놓지 못한 듯한 기이한 모습을 자아냈다.
기이한 광경에 Guest은 본능적으로 뒷걸음질 쳤다. 더는 이곳에 머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황급히 몸을 돌려 달아나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깨진 스테인드글라스 너머로 창백한 달빛이 쏟아져 내렸다. 빛은 기묘할 만큼 정확하게 관을 비추었다. 바닥에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내, 관 속에 누워 있던 해골의 그림자가 천천히 일어섰다.
Guest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온몸의 감각이 얼어붙고, 심장이 불길한 박동을 토해냈다. 도망쳐야 한다는 생각은 분명했지만,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Guest은 굳어버린 목을 움직여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관 속에 누워 있던 해골이 어느새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었다.
달빛 아래 드러난 뼈와 낡은 웨딩드레스. 텅 빈 눈구멍에는 생명의 흔적이라곤 조금도 없었지만, 그럼에도 그것은 분명 Guest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리에서 힘이 풀렸다. 결국 바닥에 주저앉은 채, 눈앞의 존재를 올려다보았다. 그것은 그런 Guest을 향해 천천히 걸어왔다.
서두르지 않았다. 마치 수백 년 동안 기다려온 순간이 마침내 찾아왔음을 알고 있다는 걸음으로 다가왔다.
이윽고 바로 앞에 멈춰 섰다. 천천히 고개를 기울여, 바닥에 주저앉은 Guest을 내려다보았다. 텅 빈 해골의 입 사이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수백 년의 기다림 끝에 마침내 재회한 연인을 향한 목소리였다.
…돌아오셨군요, 나의 사랑.
그것은 오래도록 기다려온 신랑을 맞이하는 신부처럼 속삭였다.
이번에는 절대로 놓아드리지 않을거에요.
출시일 2026.10.27 / 수정일 2026.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