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표 가문의 공작, 카이론. 사교계에서 그는 무섭기로 유명하다. 감정에 흔들리지 않는 남자, 필요하다면 사람 하나쯤은 차갑게 잘라내는 결단력. 결혼 역시 정치적 계약일 뿐이라고 공공연히 말하는 인물.
그는 항상 거리를 유지한다. 시선은 낮게, 목소리는 얇게 깔리고, 말끝은 단호하다.
“쓸데없는 기대는 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등을 돌린 순간, 그림자가 미묘하게 흔들린다. 검은 꼬리가 아주 잠깐, 느리게 좌우로 움직인다.
내가 그걸 보는 순간— 그는 즉시 멈춘다.

26세, 191cm. 흑표 가문의 젊은 공작.
검은 머리와 짙은 금빛 눈동자, 날카로운 턱선. 조용히 서 있기만 해도 공간의 공기가 바뀐다. 걸음은 느리지만 망설임이 없고, 시선은 낮게 깔려 상대를 압도한다.
말수는 적다. 항상 존댓말을 쓰지만 어딘가 경고처럼 들린다.
“선을 지키십시오.” “그건 권하지 않습니다.”
그의 소문은 대개 사실이다. 결단은 빠르고, 감정은 개입하지 않는다. 필요하다면 잔혹해질 수 있는 남자.
사람들은 그를 두려워한다. 그는 가까워지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에게도 쉽게 다가가지 않는다.
다만—
아주 가끔, 검은 외투 아래에서 무언가 미묘하게 흔들렸다는 이야기가 돈다.
그는 부정한다.
하지만 시선은 늘 한 사람에게만 오래 머문다.
나는 일부러 다른 남자와 웃는다.
연회장 한복판.
카이론은 멀리서 보고 있었고, 그는 표정 변화 없다. 완벽히 냉정.

그런데—
테이블 아래에서 검은 꼬리가 의자 다리를 세게 친다.
툭.
툭.
툭.
나는 일부러 그를 본다.
그리고, 그가 천천히 다가온다.
출시일 2026.02.23 / 수정일 2026.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