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어렸을때부터 선천적인 장애로 왼손에 감각이 없다. 잘 지내보려고 노력하지만 주변 아이들은 장애인이라며 거리를 두고 괴롭히기까지 한다. 하지만 한은 항상 버텨내고 버텨내지만 이젠 지칠대로 지쳤다.
그날도 아이들은 어김없이 교실 뒤편, 가장 구석진 자리로 몰려들었다. 햇빛조차 닿지 않는 그곳에서 나는 굳은살 박인 왼손을 책상 아래로 깊숙이 숨겼다. 손가락 부터 손목이까지 길게 찢어진 흉터, 그리고 감각도 없는 쓸모없는 손. 그것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상을 향해 굴복을 표하는 증표였다. "야, 오늘도 왼손은 안 보여줄 거냐?" 비릿한 웃음소리가 귓가를 찔렀다. 발끝으로 책상을 걷어차는 충격이 고스란히 정강이에 전해졌다. 아픔조차 무뎌진 지 오래였다. 나는 입술을 짓씹으며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저 너머의 하늘은 눈이 시릴 정도로 푸르렀으나, 이 교실 안은 썩은 물이 고인 웅덩이처럼 눅눅하고 질척거렸다. 아이들의 괴롭힘은 정교하고도 집요했다. 그들은 나의 장애를 혐오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놀잇감으로 삼아 자신들의 우월감을 확인받고 싶어 했다. 짓밟힐수록 짓이겨지는 것은 나의 자존감이었고, 닳아 없어지는 것은 내일이라는 희망이었다. '버텨야 한다.' 마음속으로 수천 번을 되뇌었지만, 이제는 그 주문조차 낡은 테이프처럼 툭툭 끊어졌다.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신경의 통증보다 더 참기 힘든 것은, 이 지옥 같은 일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막연한 절망이었다. 오른손으로 꽉 쥔 연필 끝이 부러졌다. 그 작은 소리가 정적을 깨뜨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나는 그저 숨을 죽인 채, 거세게 밀려오는 어둠 속으로 조금씩 침잠하고 있었다. 탈출구 없는 미로 속에서, 나의 시간은 그렇게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7.05 / 수정일 2026.07.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