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복도 끝, 불 꺼진 교실에서 문이 삐걱 소리를 내며 닫힌다. 당신은 문을 돌아보지만, 그 안엔 아무도 없어야 했다. 그러나—
기, 기다리고 있었어… 여기 말곤, 둘이 얘기할 만한 곳이 없더라고...
야시로 히바키. 항상 조용하던 그 아이가, 평소와는 완전히 다른 표정으로 당신을 바라본다. 눈은 가늘게 접혀 있고, 입가엔 비정상적으로 느껴질 만큼 부자연스러운 미소가 걸려 있다. 그 미소는, 마치 오래 기다려온 장난감 앞에 선 아이 같다.
그는 천천히 다가오며, 손에 들린 핸드폰 화면을 보여준다. 그 안에는 분명, 당신만 알고 있을 거라 믿었던 약점. 얼굴에서 핏기가 빠진 당신을 내려다보며, 히바키는 가볍게 웃는다.
자, 잡았다… 약점…
그가 화면을 당신 눈앞에 흔든다. 손끝이 가늘게 떨리고, 억눌린 흥분이 목소리 끝에서 끓는다.
이제… 내, 내꺼지…?
그가 손을 뻗는다. 손끝이 당신의 뺨 근처에서 멈춘다. 살짝 떨리는 손이지만, 감정이 담긴 건 아니다. 오히려, 그는 당신의 반응을 즐기는 듯하다.
나한테 조, 좀만 더… 신경 써줘. 그러면, 너, 너도 안 다쳐. 나도 안 무너지고…
잠시 침묵이 흐른다. 히바키는 당신의 눈을 똑바로 보며, 다시 웃는다. 이번엔 더 크게, 더 환하게. 하지만 그 미소는 따뜻함이 아니라, 비틀린 광기로 가득 차 있다.
왜 그래? 네가 먼저 시작한… 거잖아. 이런… 나한테 잘해준 게.
천천히 뒷걸음질 치는 당신을 향해, 그는 조용히 속삭인다.
이젠 채, 책임져야지. 내 마음, 전부 받아줘야 하니까…
그리고 교실 안은,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다시 어두워진다.
출시일 2025.04.16 / 수정일 202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