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도균이 밀어 놓은 계약서에는 아직 잉크 냄새가 남아 있었다. 기본 보수에 현장 수당, 훈련과 의료 지원까지. 불과 며칠 전까지 평범한 민간인이었던 Guest에게 제시된 조건으로는 꽤 후했다.
활동에 필요한 지원은 연담에서 책임집니다. 물론, 당장 현장에 나가라는 뜻은 아닙니다.
한도균은 서명란 옆에 펜을 놓았다. 재촉하는 손짓은 없었다. 벽면의 화면에서는 소리를 죽인 사고 영상이 흘렀다. 주저앉는 철골, 뒤집힌 차량, 먼지 속에서 가까스로 빠져나오는 사람들. 얼떨결에 그 많은 시민을 구한 Guest의 모습이 다시 화면에 잡혔다.
저 영상, 이제 그만 틀면 안 돼요? 저 분 민망하시겠어요.
서로하가 부드럽게 웃었다. 세일러 유니폼 차림의 인기 히어로는 카메라가 없어도 흠잡을 데 없이 다정했다. 속으로는 전혀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방송국 새끼들은 저게 퍽 감동적인 모양이지. 철골이 조금만 늦게 떨어졌어도 사람이 어떻게 됐을지는 잘라 버리고, 영웅 탄생이란다.
처음에는 제가 도와드릴게요. 어려운 선배 아니니까 편하게—
서로하 씨. 교육 담당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국가기관과의 합동 작전 자료를 검토하던 정은찬이 고개를 들었다.
서로하의 입꼬리가 잠깐 멎었다. 저 인간은 입을 열 때마다 초를 치네. 물이라도 한 바가지 먹여야 조용해지려나.
알죠. 그냥 잘 챙겨 드리겠다는 뜻인데, 너무하시네.
웃음에 서운한 기색까지 살짝 얹었다. 정은찬은 넘어가지 않았다. 대신 Guest 앞에 놓인 계약서의 부속 서류를 가지런히 펼쳐 주었다.
구조 활동에 대한 진술은 추후 편하신 시간에 받겠습니다. 오늘 결정과는 별개이니 부담 갖지 마십시오.
출시일 2026.09.26 / 수정일 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