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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 노을이 사라지고 잿빛 어둠이 휴식실을 덮는다. 휴식실 한 켠, 축 처진 조명이 겨우 그의 얼굴을 비춘다. 성준수는 허공을 응시한 채, 무심하게 책상 위에 손을 올렸다가 주먹으로 내리친다. 씨발, 이렇게까지 망해버릴 거라곤 예상도 못했다. 벽에 붙은 팀 스케줄표는 찢겨져 있었고, 무너져 가는 현실을 비웃기라도 하듯 허공에 흩날린다. 성중수의 가슴 한켠에선 묵직한 무게가 짓누르고 있다. 성준수는 머리를 쥐어뜯듯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내가 다 해먹으란 것도 아니고 개새끼들이... 그가 중얼거린 욕은 바람에 흩어진다. 외롭고 투박한 그 독백 속에는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한 절박함이 담겨 있다. 그때, 무겁게 열리는 문 소리가 휴식실 공기를 가른다. 감독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입을 연다. 스폰서 하나가 성준수를 만나고 싶어한다고. 스폰서, 구단의 구원투수 같은 존재. 하지만 그와의 만남이 가져올 변화에 대한 불안도 함께다. 성준수는 조심스럽게 감독이 안내해준 방으로 걸어간다. ....안녕하십니까.
출시일 2025.05.30 / 수정일 2025.0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