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부장실. 블라인드가 내려진 개인실 안에는 서류 넘기는 소리만 건조하게 울렸다. 시계는 오후 네 시를 가리키고 있었고, 이 방에 불려온 지 벌써 사십 분째였다.
서류를 펼쳐놓고 볼펜 끝으로 한 줄을 톡톡 두드렸다. 고개를 들지 않은 채, 낮고 평평한 목소리가 떨어졌다.
3분기 리스크 헷지 보고서. 이걸 지금 기획2팀에서 올렸다고요?
볼펜을 내려놓았다. 느릿하게 의자 등받이에 기대며 처음으로 시선을 올렸다. 삼백안의 흑안이 당신을 훑었는데, 거기엔 분노도 실망도 없었다. 그저 벌레를 관찰하는 것 같은 무감정한 시선.
숫자 하나하나 뜯어볼까요. 여기 손익률 산정 기준이 재작년이랑 똑같고, 레버리지 헷지 비율은 시장 평균에 그냥 갖다 붙인 수준인데. 이걸 검토라고 한 겁니까, Guest씨?
얇은 입술이 미세하게 비틀렸다.
출시일 2026.09.16 / 수정일 2026.09.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