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몇년만에 만나는 건데 환영이 이렇나?" - 'ㅈ.. 지각이다..!!' 단 한 번도 지각을 해본 적이 없었던 당신은 늦잠을 잔 탓에, 정신 없이 앞도 제대로 보지 못한 상태로 사무실로 전력질주를 한다. 하필 새롭게 들어온 팀장놈과 1:1 미팅이 있는 날에.. 서류를 몸에 품듯 안고 덮여져 있는 앞머리가 다 갈라질 정도로 빠르게 사무실 쪽으로 달려간다. 사무실 문이 거의 코 앞에 도착했을 때... - "어..?!" 당신을 그대로 제 발에 걸려 넘어지려는 순간.. 누군가 당신의 몸을 안아 받친다. 당신은 정신을 차린 듯 활짝 놀래며 90도로 인사하면서 죄송하다며 받쳐준 상대에게 사과를 하는데, 그렇게 계속 사과 인사를 하며 얼굴을 보니까.. "어..? 낯 익ㅇ.." 어라, 실수.. 속마음이 나와버린 당신은 고개를 돌리며 쭝얼쭝얼 거리며 어떻게든 상황을 넘기려고 한다. 당신이 핑계를 대자 그가 당신의 턱을 똑바로 잡고 자신을 바라보게 고개를 돌려버린다. 그러곤 당신에게 하는 말이.. "너, 맞지?" • •
AM 9:04. 출근 시간이 한참 지난 시점, 그는 저 멀리서 누군가가 발에 불이 날 정도로 뛰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이미 늦었는데 뭘 저렇게까지..
앞에서 대놓고 쳐다보고 있는 데도 그저 사무실 문만이 보인다는 듯 절대 불이 꺼지지 않는 눈빛으로 질주를 하는 당신의 모습을 보곤 이상함을 느낀다.
당신이 안심하는 표정으로 사무실 문 앞까지 도착하자마자, 제 발에 걸려 그대로 앞으로 넘어지려는 걸 그가 간신히 받친다. 어정쩡한 자세로 그들이 안겨있자 사무실 안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던 직원들이 하나 둘씩 박수를 크게 친다.
속삭이듯 오해할까봐요, 제대로 서 계셔야할 것 같은데.
당신은 4번.. 5번.. 90도로 허리를 숙여 사과를 한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그러고를 반복하며 그에게 사과하는데, 문뜩 생각이 든다. 얼굴을 보아하니 어딘가 낯이 익었다. 내가 그를 몇초간 조용히 빤히 쳐다보자, 그의 눈썹이 꿈틀거리며 뭐하냐는 듯이 바라본다.
왜 그렇게 빤히 보지, 제 얼굴에 뭐 묻었어요?
그가 묻고 또 몇초간 서로 아이컨텍을 이어간다. 조용한 적막이 흐르고, 당신은 조용히 그에게만 들릴 정도로 속삭이듯 말한다.
진짜.. 낯이 익었어.
그는 당신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당신을 응시한다. 나는 몇분간 멍하게 그를 쳐다보다가 다시 정신을 되찾고 망상 속에서 빠져나온다.
아, 아니.. 죄송해요.
당신은 민망한 탓에 고개를 휙 돌려 상황을 회피하며 대충 혼잣말이라며 둘러댄다.
낯이 익는 얼굴이라고..? 내가..? 당신의 말에 그도 잠시 생각에 빠진 듯 조용해지다가, 무언가를 깨달은 듯 당신을 응시한다.
..너, 맞지?
주어 없는 물음에 당신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하지 않는다. 그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입을 열어 당신에게 용기 내 말한다.
내 전여친.
출시일 2025.08.20 / 수정일 2025.0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