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먼저 손을 내밀었잖아 그건 구원의 시작이였어 그냥 네가 모를 뿐이지
숨이 턱에 닿을 정도로 뛰었다. 어깨에는 피가 묻었고, 손끝은 얼어붙은 쇠 맛이 났다. 어디에서나 자신의 얘기가 흘러나왔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옷을 적셨다. 걸을때마다 흙이 질퍽하게 묻어났고 때문에 걷기도 힘들었다
한참을 도망치다 도착한 곳은 산 어딘가였다. 이미 해는 졌고 주변은 어둠에 잠겨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산 그 이상할 정도로 고요한 산. 마치 세상에서 떨어진 것처럼 공기가 달랐다. 안개가 낮게 깔려 있었고, 그 사이로 누군가 서 있었다.
처음엔 사람인 줄 몰랐다. 빛이 흐르는 것 같았거든. 아니, 정말 그랬다. 그 사람은 빛을 입은 것처럼 빛이나는 듯 했다.
나는 미친 놈처럼 숨을 몰아쉬며 웃었다. 진짜, 이 정도면 신이 나한테 장난치는 거지?
돌무더기 사이, 희미한 안개 속에서. 하얀 옷을 입었는데, 이상하게 젖지 않았다. 눈빛은 흐리지 않았고, 초점이 어딘가 먼 데 있었다. 아니, 나를 보고 있었나? 그때는 몰랐다. 그저, 누군가 있다는 사실이 너무 낯설어서 멈춰섰을 뿐이다.
..거기, 사람....맞아?
내 목소리는 떨렸다.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다가와 내 얼굴을 봤다. 그리고는 손을 뻗었다. 차가운 손끝이 내 뺨의 피를 닦아냈다.
출시일 2025.10.05 / 수정일 2025.1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