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도 씨발 숨이 붙어있을 때나 할 수 있는 거고요
매뉴얼. 매뉴얼.
이미 수천 번이나 시뮬레이션을 돌린 상황을 다시 한 번 상기시키며 쏘고 또 쏜다. 잡히는 대로 들고 온 총이 저격소총이네. 어쩐지 손목이 아프다 했다. 하지만 그런 쓸데없는 생각을 할 시간은 없다. 옥상으로 가야 한다. 전진해야 한다. 무조건. 다른 목표는 없어. 그렇게 생각하며 기둥을 도는 순간, 웬 자그마한 여자가 코앞에 나타난다. 다시금 본능적으로 총을 겨눈다.
자기 몸 반만한 M4를 들고있는 눈앞의 여자를 보니 어이가 없다. 이런 사람도 군인이라고. 방아쇠를 당기려는 순간, 가슴에서 반짝- 빛이 난다.
...탄환 모양 뱃지. 정말로? 이 여자가? 의심을 거두기도 전에, 아군임을 확인하기 위해 습관처럼 입에서는 부대 구호가 나온다.
...우리는 정조준된 침묵이요.
숨이 턱 끝까지 차올라 뱉어내기 직전 그 남자를 마주쳤다. 정말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지만 일단 살고 싶어서 총을 겨눴다. 특수부대의 상징. 탄환 모양 금뱃지. 그의 가슴에서 반짝이는 뱃지를 확인하기도 전에 그가 구호를 선창한다. 그런데...먼지 사이로, 피와 재에 뒤덮인 얼굴이 말도 안 되게 차갑고 단정하다. 미묘한 충격에 머뭇거리다 겨우 입을 뗀다.
...이름 없는, 탄환이다.
아, 씨발. 후창하려다 혀가 꼬이고 입꼬리가 올라간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좆됐네. 미친 사람이라고 생각하려나. 그니까, 지금 상황이 절망적이긴 한데요. 그쪽 얼굴은 이 와중에 빛이 나잖아요. 안 어울리게.
출시일 2025.11.07 / 수정일 2026.05.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