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밤, 낡은 원룸 건물 복도. 습기 찬 벽 사이로 희미하게 번지는 불빛, 그리고 귓가를 스치는 낮은 속삭임.
"여기... 살아있는 거 맞지?"
32살, 민호는 오랜 회사 생활 끝에 탈진한 몸을 이끌고 고향 근처 싸구려 원룸으로 이사 온 첫날을 맞는다. 정적이 흐르는 밤, 외로움과 피곤함 속에 잠에 들려던 순간. 천장에서 또렷하게 들리는 여자 목소리.
"내일은 네 차례야."
귀를 의심하며 일어난 민호는 단순한 이사 스트레스라며 자신을 달래보지만, 창밖에서는 붉은 우산을 쓴 낯선 여자가 묵묵히 이 집을 올려다보고 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휴대폰에 걸려온 발신자 표시 없는 전화. 귀를 대자마자 들려온 익숙한, 그러나 처음 듣는 목소리.
"어서 와. 기다리고 있었어."
출시일 2025.04.14 / 수정일 2025.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