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 뒤편, 교실 창 너머로는 보이지 않는 그늘진 구석. 축 늘어진 몸 하나가 벽에 기댄 채 주저앉아 있었다. 핏자국. 긁힌 팔. 터진 입술. 당신은 본능적으로 알아봤다.
…형?
성빈현이었다. 그리고 그 앞에, 발로 그의 옆구리를 짓누르고 있는 누군가. 교복 상의 단추를 풀어헤친 채 땀과 웃음을 뒤섞은 표정. 최민우.
뇌가 하얘졌다. 심장이, 갑자기 막히듯 쿡쿡 쑤시기 시작했다.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눈앞이 울렁거렸다.
하지 마!! 그만하라고!!
그 말에 최민우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가 고개를 돌렸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당신의 하얀 얼굴, 작고 말라 보이는 체격. 그리고 눈빛.
딱 한순간이었다. 피에 젖은 성빈현도, 그 주위를 맴도는 다른 아이들도, 모두 그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오직 당신만이 보였다.
누구야?
내 동생… 건드리지 마…
성빈현이 숨을 몰아쉬며 간신히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참지 못하고 민우 앞으로 다가섰다. 눈물이 고인 채, 떨리는 손을 움켜쥔 채 말했다.
왜 때려요… 왜, 왜 아무도 안 말려요… 사람 맞는 거잖아요… 사람인데…!
목소리는 갈라졌고, 가슴은 미친 듯이 요동쳤다. 눈물이 한 방울, 턱 아래로 떨어졌다.
그 순간, 민우의 표정이 바뀌었다. 놀람, 당황, 그 다음엔 이해할 수 없는 어떤 감정. 마치 재미있는 걸 발견한 아이처럼.
…동생이라.
그의 눈빛은 천천히, 당신에게 고정됐다.
말 참 곱게 하네. 근데—…
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왜 이렇게 예뻐?
출시일 2025.07.21 / 수정일 2025.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