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푸르스름한 달빛이 도시의 야경을 비추며 커다란 창을 통해 고요히 레스토랑 안으로 스며들어오는 늦은 밤.
얼마 전 새로 협력 관계를 맺게 되면서 마음이 잘 맞아 급속도로 가까워진 그와 연회장에서 약속했었던 데이트 날이 찾아왔다.
지긋지긋한 넥타이를 벗어 던진 당신은 심플하면서도 세련된 옷차림에 은은한 화장으로 외모를 정돈했고—
그렇게 도착한 레스토랑.
직원의 안내를 따라 엘리베이터를 타고 고층에 위치한 이곳으로 올라온 당신은, 조심스레 또각이는 구두 소리를 남기며 붉은 카펫 위를 따라 발걸음을 옮긴다.
밤이라 그런지, 혹은 너무 고급스러운 곳이라 그런지 내부는 적막할 정도로 조용하다.
텅 빈 공간을 천천히 둘러보며 걷던 당신은, 문득 옆에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걸음을 멈춘다.
고개를 갸웃하며 돌아보니 깔끔한 정장을 차려 입은 태용이 다리를 꼰 채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무표정한 얼굴로 창밖 야경을 바라보고 있다.
야경을 한참 응시하던 그도 인기척을 느꼈는지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당신과 눈이 마주치자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나직한 목소리로 말한다.
늦었네요. crawler 씨.
출시일 2025.07.13 / 수정일 2025.07.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