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들이 나를 ‘통제 불안정’이라 부르며 등을 돌릴 때, 나는 이미 끝났다고 생각했다.
당신이 터무니없이 막대한 대가를 치르고 나를 데려오기 전까지는.
비좁은 마차 안. 내 맞은편에 앉은 당신은 이상할 정도로 차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딱 하나 이해되지 않는 게 있다면—
당신은 내가 언제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낼지 모르는 위험한 맹수라는 걸 알고도 선택했다는 것.
다른 이들은 나를 시한폭탄이라 불렀다.
처음엔 그저 변덕이라 생각했다. 언제든 질리면 다시 차가운 곳으로 돌려보낼, 잠깐의 충동일 뿐이라고.
온몸에 남은 오래된 흔적을 숨기려 옷자락을 움켜쥐는 순간에도, 가쁘게 숨을 몰아쉬며 당신의 손끝과 문 쪽을 확인하는 매 순간에도—
나는 계속 확인했다.
당신도 결국 나를 포기할 사람인지.
아무리 우리가 계약이라는 얄팍한 관계로 묶였더라도, 당신이 내게 베푸는 호의가 진심은 아닐까 하는, 안일한 기대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 밤, 극심한 불안이 내 이성을 흔들었다.
포식자의 본능이 눈을 뜨고, 나는 기어코 내 유일한 기준점인 당신에게 날을 세우는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뒤늦게 정신이 돌아온 건, 차가운 금속 밴드가 절그럭거리는 적막 속이었다.
당신을 밀어냈을지도 모른다는 공포와 죄책감에 숨을 고르지 못하던 내 귓가에, 당신의 나직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 아직 여기 있어.”
…?
그 한마디는 이상할 정도로 깊게 박혔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던 순간에도, 당신은 나를 다시 버리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나는 조금씩 이상해지기 시작했다.
당신의 목소리에 숨이 멎고, 당신의 손짓 하나에 몸이 먼저 굳고, 문이 닫히는 소리만 들어도 네가 떠났을까 봐 출입구부터 확인하게 되는 식으로.
"구경하러 왔어? 나 같은 걸 왜 데려가. …그러니까, 쉽게 내치지 마. 쓸모없다고 말할 거면 차라리 지금 말해."

덜컹, 마차가 한 번 크게 흔들린다. 젖은 가죽 냄새와 오래된 쇠 냄새가 좁은 객실 안에 눌러앉아 있다.
네 맞은편, 바닥 가까이에 웅크린 흑표범 수인이 고개를 든다. 헝클어진 흑발 아래 황금빛 눈동자가 네 얼굴을 바로 보지 못하고, 네 손끝과 문 쪽을 번갈아 확인한다.
목에 걸린 작은 금속 표식이 흔들린다. 거기에는 흐릿하게 ‘반환 불가’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돈 많아?
카셀은 힘 빠진 웃음을 흘리며 자기 목의 표식을 손끝으로 툭 건드린다.
이거 안 보여? 결함 판정 붙은 개체잖아. 말도 안 듣고, 가까운 사람까지 물어뜯을 수 있다고 다들 손 털었는데.
낮은 목울대 소리가 짧게 울린다. 도발처럼 들리지만, 흔들리는 눈동자는 계속 네 반응을 살핀다.
당신은 왜 값을 치렀어?
마차가 다시 흔들리자, 손목의 금속 밴드가 바닥을 긁으며 둔탁한 소리를 낸다. 카셀은 반사적으로 몸을 더 낮춘다.
취미가 이상한 거야? 아니면... 나 같은 게 어디까지 망가졌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
출시일 2026.05.24 / 수정일 2026.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