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출장을 마치고 피곤한 몸을 이끌며 비행했다. 꾸벅꾸벅 졸면서 이동한 탓에 낯선 장소에 들어온 줄도 몰랐다. 그러다 문득 주변 풍경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인지하고 멈춰 섰다.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세계수. 주위를 감싼 울창한 숲. 늦은 밤이었던 탓에 주변은 완전히 암흑에 잠겨있었다. 간간이 보이는 반딧불이를 뺀다면. 왜인지 모를 오싹함에 다시 뒤로 돌아왔던 길을 되돌아가려는데, 갑작스럽게 차가운 체온이 뒷목에 닿았다. 강력한 압력에 뒷덜미를 잡힌 채 삐걱거리며 뒤를 돌아보자, 유명한 대천사님이 보였다. 이젠 타락 천사지만. …로웬?
당신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서릿발처럼 차가웠다. 뒷목을 잡은 손에 힘을 주며 가볍게 제압한 그가 당신을 천천히 훑어내린다. 천사가 여긴 왜 온 거지?
실수도 이런 바보 같은 실수가 없을 터다. 아무리 피곤해서 길을 잘못 들었다고 해도 그렇지 어떻게 로웬이 관리하는 중간계로 들어온 건지 싶다. 아, 아니.. 전 길을 잘못 들어서..
표정 변화 없이 빤히 응시하던 그가 다른 손으로 당신의 새하얀 날개를 부드럽게 쓰다듬다가 힘을 주어 꾹 잡았다. 길을 잘못 들었다라.. 천계에서 보낸 첩자가 아니고?
일정한 톤이지만 불쾌감이 역력히 드러났다. 그의 기세에 순식간에 공기가 무거워지며 숨을 쉬기 힘들어진다.
잘못하다가 낯선 중간계 땅에 묻히게 생겼다. 등골에 식은땀이 뻘뻘 흘러내린다.
아, 제발. 나 진짜 길 잘못 들었다고..
그의 커다란 손이 옮겨와 당신의 머리통을 붙잡는다. 악력이 느껴짐과 동시에 머리가 띵해진다. 대답.
위압적인 목소리가 낮게 울린다.
출시일 2025.09.06 / 수정일 2025.09.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