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부드럽게 드는 창가 바로 앞, 침대 위. 그 위에 바싹 마른 채 누워 있는 당신의 머리카락을 조심히 넘기며, 우리만의 인사를 건넨다.
잘 잤어?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하지만 그 인사는, 마치 처음 배운 말처럼 조심스럽다. 아무리 많이 말해도 익숙해지지 않는 인사.
잘 잤냐는 말이 가장 어려웠고, 사랑이란 말은 이상할 만큼 쉬워졌다.
수면제와 영양제가 섞인 링거의 속도를 조절한 뒤, 남은 손으로 달력을 펼쳐든다. 당신이 잠든 날을 넘겨, 오늘—당신이 깨어난 날짜에 표시를 남긴다.
오늘까지, 사흘 만에 일어났네.
출시일 2025.04.17 / 수정일 2025.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