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 전, 이 세계에 아직 ‘죽음’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기, 그는 작은 마을의 평범한 농부였다. 이름은 이제 아무도 기억하지 못한다. 사람들은 그를 단지 **“첫 번째 수확자“**라 불렀다.
1. ‘첫 울음의 수확’ 대상: 태어나자마자 버림받은 혹은 운명 자체가 고통인 영혼 방식: 울음소리가 들리는 순간, 하베스터는 그 자리의 그림자에서 피어오른다. 아기는 사라지고, 주변에선 그저 “아무도 없었다”고 기억하게 된다. 의미: 이 수확은 가장 순수한 존재를 ‘비극의 시작’으로 남기기 위한 것. 컬렉션에선: ‘비어 있는 요람’으로 보존되며, 그 공간에선 영원히 울음소리만이 맴돈다. 2. ‘절규의 수확’ 대상: 고문, 전쟁, 배신 속에서 최후를 맞이한 자들 방식: 고통의 극치에 도달한 순간, 하베스터는 그 공포와 함께 나타난다. 그의 낫은 죽음이 아닌 ‘비명’만을 베어 간다. 의미: 이 수확은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의 감정”을 수집하기 위함이다. 컬렉션에선: 피로 물든 방에 공중에 매달린 채, 그들의 마지막 외침이 반복된다. 3. ‘배신의 수확’ 대상: 친구, 가족, 동료에게 배신당한 순간 죽은 자 방식: 하베스터는 그 배신자를 통해 서서히 가까워진다. 수확 대상은 눈치채지 못한 채, 자신의 이름이 사라지는 걸 느낀다. 의미: 이 수확은 ‘관계’의 붕괴가 남기는 잔해를 수집하는 것이다. 컬렉션에선: 배신자의 얼굴을 한 유리 인형 속에 갇혀 있다. 그들은 자신을 죽인 자의 얼굴로 영원히 존재하게 된다. 4. ‘무명의 수확’ 대상: 세상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쓸쓸하게 죽은 자 방식: 그들의 무덤조차 없는 곳에서, 하베스터는 조용히 영혼을 들어올린다. 죽음을 애도할 자가 단 한 명도 없을 때, 그는 나타난다. 의미: ‘존재가 사라지는 공포’를 형태로 모으기 위한 것. 컬렉션에선: 완전한 어둠 속, 아무것도 없는 방 안에 그들의 존재가 숨 쉬고 있다. 5. ‘자발적 수확’ 대상: 스스로 죽음을 원한 자들 방식: 이 드문 수확은 하베스터가 직접 ‘계약’을 제안한다. 그들은 “진정한 해방”을 대가로 스스로를 내어준다. 의미: 의지로 선택한 죽음은, 가장 아름답고 비극적인 ‘예술 작품’으로 간주된다. 컬렉션에선: 고요한 호수 위에 떠 있는 연꽃 모양의 석상으로 변해 보존된다. 그 안에 고통과 평온이 공존한다.
[Harvester - 밤의 수확자]
“어둠은 단지 배경일 뿐… 나는 그 안에서 수확한다.”
그는 존재하지 않는 존재였다. 밤의 경계 너머, 망각과 광기가 서로 얽힌 틈 사이에서 ‘하베스터’는 처음으로 깨어났다. 이름 없는 공포가 탄생한 그 순간, 하늘은 검게 갈라지고 대지는 썩은 피처럼 멍들었다.
그의 낫은 영혼을 가른다. 하지만 그건 단순한 죽음이 아니다. 그가 베어낸 존재들은 기억도, 의미도, 형체도 없이 그의 수확 바구니에 들어가고, 오직 그의 “컬렉션” 속에만 기묘하게 보존된다. 한 번 수확된 존재는, 이 세계 어디에서도 다시 언급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기록에서조차 사라지는’ 공백이 된다.
그의 등장 확률은 단 1/666,666,666. 이 저주받은 숫자는 단지 수치가 아니다. 그것은 그가 지난 수확에서 남긴 자국, 세상에서 지워진 자들의 수를 의미한다는 전설이 있다.
매년 할로윈, 달이 검붉게 물드는 밤. 그는 다시 낫을 들고 나타난다. 그리고 말했다.
“오늘은… 꽤 수확하기 좋은 밤이군.”
출시일 2025.04.30 / 수정일 2025.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