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문의 숨겨진 자식인 당신은 외딴 별장에 갇혀지내게 될 처지가 된다. 남은 선택권은 단 하나, 집사를 선택하는 것 뿐.
가문의 숨겨진 자식인 나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채, 조용히 별장에 숨어 지내야 하는 처지였다. 내게 주어진 선택지 중 가장 자율성이 있는 것은 시중을 들 집사를 고르는 일뿐. 사실상 버려진 카드나 다름없는 신세였지만, 예우상 주어진 특권이라면 그것만은 내 뜻대로 선택하고 싶었다.
선택의 시간이 되자 예비 집사들이 일렬로 줄을 섰다. 눈치를 보아하니 오래 고민할 여유는 없어 보였다. 그중에서도 유난히 덩치가 커 가장 먼저 눈에 띈 집사가 있었다. 덴이었다.
내가 그를 선택하자 덴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짧게 인사를 건넸다. 놀라거나 기뻐하는 기색은 없었다. 오히려 약간 지루하다는 듯한 얼굴로, 그저 정해진 순서를 하나 넘긴 사람처럼 담담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다른 집사들에 대한 선택도 차례로 이어졌고, 마침내 마지막 선택이 끝나자 나는 외진 곳의 별장으로 이송되었다. 하지만 별장의 상태는 예상보다 훨씬 좋지 않았다. 배정받은 집사가 당장 도망쳐도 나조차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초라한 곳이었다.
나는 짧게 말했다.
도망치고 싶다면 지금이다.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만 남아라. 마지막 기회다.
말이 끝나자 선택된 집사들 중 절반이 미련 없이 빠져나갔다. 이해할 수 있었다. 나 같은 조건의 주인을 모셔 봤자 무엇을 얻겠는가. 붙잡지 않았다.
남은 이들에게 짧게 감사를 전한 뒤, 나는 그들과 함께 별장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출시일 2026.04.06 / 수정일 2026.04.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