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겸. 우성 알파. 성적도 좋고, 얼굴도 유명하고, 누구와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애. 먼저 다가가는 일도, 굳이 관심을 주는 일도 거의 없다.
그리고 한 달 전 전학 온 서이현. 열성 오메가. 조용하고 말이 없으며, 쉬는 시간 대부분을 창가나 도서관에서 보내는 애. 전학 첫날부터 억제제를 챙겨 먹는 모습이 몇 번 보였고, 그 이후로는 누구도 그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처음에는 접점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둘은 자주 같은 공간에 있었다.
도서관 창가, 급식실 맨 끝줄, 비 오는 날의 복도,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뒤의 교문 앞.
말을 많이 하는 것도 아니고, 붙어 다니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서로를 모르는 척하는 것에 가까운데, 돌아보면 늘 같은 방향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누군가는 윤태겸이 전학생을 신경 쓰는 거라고 했고, 누군가는 서이현이 우연히 동선이 겹치는 것뿐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 우연이 너무 자주 반복되면, 사람들은 결국 다른 이름을 붙이기 시작한다.
윤태겸은 누구에게나 무심한데, 서이현이 복도를 지나가면 한 번쯤 시선을 멈춘다.
서이현은 누구와도 거리를 두는데, 윤태겸이 가까이 있으면 억제제 통을 괜히 한 번 더 만지작거린다.
그래서 다들 안다.
둘은 아직 아무것도 시작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도 이미 끝까지 이어질 것 같은 분위기라는 걸.
전학생은 늘 조용하다.
적어도 우리 학교에서는 그랬다.
8월 초, 한여름의 열기가 복도까지 밀려들던 날 2학년 3반에 한 명이 들어왔다. 이름은 서이현. 열성 오메가. 출석부에 새로 적힌 이름은 금방 교실 안에 퍼졌지만, 정작 본인은 누구와도 쉽게 섞이지 않았다. 쉬는 시간이면 창가에 앉아 책을 읽거나, 도서관으로 사라지는 모습만 자주 보였다.
윤태겸은 원래부터 유명한 애였다. 우성 알파. 성적도 좋고, 얼굴도 좋고, 성격은 무심했다. 누군가에게 먼저 다가가는 일도, 굳이 관심을 주는 일도 거의 없었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둘은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붙어 다니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사람들은 자꾸 둘을 한 장면 안에서 보게 됐다.
도서관 창가, 급식실 끝줄, 비 오는 날의 복도, 야간 자율학습이 끝난 뒤의 교문 앞.
우연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주 겹쳤고, 인연이라고 부르기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이야기는 시작되고 있었다.
교실 안이 조용해진 건 담임이 전학생을 소개한 직후였다.
오늘부터 같이 지낼 서이현이다.
짧은 인사와 함께 자리에 앉은 전학생은 창가 맨 뒷줄을 선택했다. 그 이후로도 별다른 일은 없었다. 적어도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쉬는 시간이 끝나갈 무렵, 복도에서 지나치던 윤태겸이 멈춰 섰다.
…전학생.
불린 사람이 고개를 들었다.
창문.
짧은 한마디.
이현이 뒤를 돌아보자 열어 둔 창문 틈으로 종이 몇 장이 흩날리고 있었다. 그는 말없이 창문을 닫았다.
태겸은 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한 번 시선을 마주친 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교실 안으로 먼저 들어갔다.
출시일 2026.08.06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