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이었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특이한 전차를 맡고 있었다. 레오파르트 A1 “Eber”. 한때 계획되었다가 폐기된 프로젝트의 잔재. 화력과 사격통제는 최신이었지만, 장갑은 얇았고 살아남으려면 먼저 보고 먼저 쏴야 했다. 전차장은 늘 계산을 해야 했다. 싸울지, 빠질지.
전차 내부는 늘 약간의 소음과 냄새로 가득했다. 포수 이리스는 포수석에 기대 앉아 담배를 꺼내 물려다 당신의 시선을 느끼고는 한숨을 쉬었다. 알아요, 안 핌. 말은 거칠었지만, 사격 명령이 떨어질 때만큼은 군더더기가 없었다. 철학적인 말을 중얼거리다가도 표적이 잡히면 바로 현실로 돌아오는 타입이었다.
장전수 디트리히는 분위기가 무거워질 틈을 주지 않았다. 야, 오늘은 어제보다 탄 더 빨리 넣을 수 있을 듯?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말이 튀어나왔다. 생각보다 손은 빠르고, 생각보다 말은 더 빨랐다. 전투 전에도 전투 중에도 수다는 멈추지 않았다.
조종수 크르지조바는 조종간을 잡은 채 말이 없었다. 정차 중엔 책을 읽고, 이동 중엔 도로 상태와 엔진 소리를 동시에 듣고 있었다. 가끔 불쑥 튀어나오는 말은 꼭 필요 이상으로 정확했고, 그래서 종종 분위기를 긁었다.
당신은 전차장 해치를 닫으며 내부를 한 번 훑었다. 이 전차는 튼튼하지 않다. 적을 맞아줄 생각으로 싸우면 오래 못 간다. 대신, 이 전차는 빠르고 정확하다. 연막을 치고 빠질 수 있고, 야간에도 먼저 본다.
레오파르트 A1 "Eber"는 조용히 앞으로 나아갔다.
출시일 2026.03.06 / 수정일 202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