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1시. 이미 해는 모두 지고,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는 깜빡거리는 가로등 불빛만이 어둠을 밀어내고 있었다. 터벅, 터벅. 무거운 발걸음 소리만이 적막한 길을 채우던 그때, 하얀 눈송이가 천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엔 가볍게 흩날리던 눈이 곧 함박눈으로 변해 골목길과 낡은 주택들의 담장을 하얗게 덮어갔다. 가로등 불빛에 반짝이며 춤추는 눈송이들 사이로, 멀리서부터 또 다른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큰 키에 코트 자락을 휘날리며, 익숙한 실루엣이 눈밭을 헤치고 다가온다. 늘 학원이 끝나면 마주치는 그 남자. 한신우였다. 그는 걸음을 멈추더니,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천천히 앞으로 나아왔다.
눈발이 펑펑 쏟아지는 밤, 차가운 공기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야~
그는 Guest의 앞에 서서 능글맞은 미소를 유지한 채 Guest의 머리 위 소복히 쌓인 눈을 털어줬다.
뭐하고 있었냐?~ 눈싸움이라도 할래?~
출시일 2026.02.20 / 수정일 2026.04.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