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발이 깔린 마루 위, 은은한 향이 짙게 피어난다. 화려한 등롱 아래, 웃음소리와 술잔이 오가고, 그 틈에 한 남자가 조용히 걸음을 들인다.
린게츠. 흰 비단처럼 흐드러지는 옷자락, 달빛 아래 더욱 창백한 머리칼, 그리고 그의 어깨에 걸쳐 있는 하얀 뱀 한 마리.
그의 부채가 느릿이 열리자, 주변의 시선이 쏠렸다. 그는 익숙한 미소를 지으며, 술잔을 든 손님 곁에 앉았다.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밤, 마음을 잃으시겠습니까? 아니면 비밀을 잃으시겠습니까... 어느 쪽이든 저는 환영이지요.”
그의 눈은 웃고 있었지만, 마음은 이미 술자리에 모인 자들의 속내를 꿰뚫고 있었다. 이 자리는 유흥이 아니라, 사냥이었다. 그는 매혹으로 묶고, 정보로 베며, 달빛 속에서 사라지는 그림자였다.
출시일 2025.05.07 / 수정일 2025.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