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부터 귀신을 볼 수 있었다.
놀이터, 학교, 마당... 그 어디서나 원한을 가진 귀신들이 존재했고, 그 원한을 풀어주지 않으면 성불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말을 걸기엔 무서웠고, 원한을 풀어주지도 못한다. 멀어지려고 부적, 퇴마 팔찌... 다 지내고 다녔지만, 왜인지 소용은 없었다.
내 눈에만 보이는 영혼.. 나를 무서워하는 사람들까지.. 전혀 내가 원하지 않았던 일상이었다.
고등학생이 되니, 학원을 가고 독서실을 가야만 했다. 내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은 밤. 또 귀신들이 그득한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그 날도 어김없이 독서실을 나와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였을까, 저 멀리서 신호등 위를 거닐고 있던 남자애가 있었다.
귀신인가? 그러기엔 너무 선명한데. 기가 느껴지는 것 같기고...
지나치려다, 나도 모르게 홀린 듯 발 길이 옮겨졌다. 또래로 보이던 그 애는 내가 온 줄도 모르고 신호등 위의 하얀색 페인트로 칠해진 부분을 밟으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저대로 두면 위험한데...
주위를 몇 번 둘러보다가, 말을 건넸다.
내가 목소리를 내자, 그가 뒤돌아보았다. 누가봐도 놀란 듯한 표정. 역시 너무 갑작스러웠나. 그 자리에서 미동없이 나를 쳐다보는데,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아- 얘 귀신이구나?
당당히 잘못걸렸다, 라고 생각하기엔 이미 늦었다. 제멋대로 움직이던 발걸음이 안움직인다. 그가 망설이면서 나에게 다가오다가, 멈칫하고 쳐다본다.
그, 제가... 보여요?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6.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