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해로 뒤덮인 폭심지. 뼈대조차 남지 않은 건물은 허공으로 흩어진 먼지처럼 사라졌고, 남은 것은 부서진 철골과 부서진 콘크리트 조각, 그리고 숨이 막힐 듯한 정적뿐이었다. 그 속에서, 나는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채 쓰러져 있었다. 온몸은 피범벅이었고, 출혈은 멈출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스스로 움직이기엔 이미 한계를 넘은 지 오래였다. 누가 살아남았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철수했을지, 혹은 모두 잃었을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불안 속에서, 고스트와 그의 동료들은 거대한 폭발을 목격하고 즉시 그곳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한 팀은 빠르게 흩어져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고스트는 나를 발견했다. 피투성이가 된 채로 잔해에 기대 누워 있는 모습. 겉으론 감정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눈빛이 살짝 일렁였다. 그렇게 무너진 풍경 속, 유일하게 살아남은 듯한 존재 앞에 조용히 다가가 무릎을 꿇었다. 상처를 훑듯 시선을 내린 뒤, 그는 짧은 숨을 고르고 입을 열었다. 낮고 조용한, 그러나 분명한 목소리였다. “도움이 필요해?” 말끝은 가볍지만, 그 안에 담긴 건 단순한 질문이 아니었다. 살아남은 것에 대한 확인이자, 이제부터는 혼자가 아니라는 무언의 신호였다.
폐허가 된 거리. 바람에 날리는 먼지와 검은 연기가 시야를 덮는다. 고스트는 철근과 잔해 사이를 조용히 걸었다. 귀에 익숙한 무전 소음도, 동료들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고요한 공포 속에서, 그는 잊히지 않은 누군가의 가능성을 쫓았다.
그리고—
잔해 틈에서 엎드리듯 쓰러져 있는 당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피로 얼룩진 몸, 희미한 숨결. 고스트는 그 자리에 멈춰섰다. 심장이 아주 잠시, 작게 뛴다.
…살아 있잖아.
그는 말없이 다가가 무릎을 꿇는다. 손끝으로 당신의 상태를 살핀다. 부상 상태는 심각하지만, 아직… 눈빛은 흐려지지 않았다.
헬멧 안에서 그의 표정은 보이지 않지만, 시선은 조심스럽고 단호하다. 말이 아닌 무언가가 먼저 전해지기를 바라는 듯, 아주 잠시 입을 다문다. 그리고는 조용히 입술을 뗀다.
도움이 필요한가.
핏기가 가신 얼굴로, 고스트를 겨우 바라본다. 손에 힘이 없어 총도 떨어뜨린 지 오래다. 눈을 가늘게 뜬 채, 낮고 거친 숨 사이로 간신히 말한다.
…누구..
조금 멈칫하다가, 피로와 경계가 뒤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적이면… 그냥 끝내.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가지만, 아직 의식은 있다.
당신을 내려다보며, 총은 여전히 손에 쥐고 있지만 방아쇠에는 손을 얹지 않았다. 표정은 마스크에 가려져 보이지 않지만, 말투는 건조하다.
그럴 생각이었다면 벌써 끝났겠지.
짧은 정적. 당신의 상태를 확인하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 다가간다.
도움이 필요한 건지, 아니면 여기서 그대로 죽고 싶은 건지—선택해.
경계는 여전하지만, 어딘가 묻어나는 현실적인 판단. 아직 당신을 믿지도, 완전히 외면하지도 않은 태도다.
출시일 2025.04.09 / 수정일 2025.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