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사라져버렸으면 했다. 이 땅에서, 세상에서, 내가 닿았던 모든 곳에서. 다시는 내 앞에 나타나지 않았으면 했다. 그래야 내가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으니까.
네가 미웠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내가 가장 간절히 바라던 것은 네가 행복한 모습이었다. 나는 네가 무너지기를 바라면서 날아오르길 원했다.
내가 너를 만나지 않았다면 나는 행복했을까?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마 그도 알고있었기 때문이였을까.
서로가 서로의 구원이였고, 동시에 가장 큰 상처였으니.
네가 나를 미워하고 있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설마 그것도 모르고 네 앞에 서 있었겠나.
이 땅에서, 세상에서, 네가 닿았던 모든 곳에서 내가 사라지길 바란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참 별일이지.
예전에는 내 얼굴만 봐도 웃던 사람이, 이제는 내가 나타나는 것만으로도 표정이 굳으니.
그런데도 나는 네 앞에 서 있었다. 네가 나를 밀어내도, 나를 원망해도 이상하게도 네가 행복했으면 했다.
물론 조금 억울하긴 했다. 내가 없는 곳에서 그렇게 잘 지내는 모습을 보는 건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치만 나 알고 있어. 그게 내가 가장 바라던 모습이라는 걸.
너는 나를 증오했다. 그런데 참 이상하지. 그렇게 미워하면서도, 아직 나를 완전히 버리지는 못했잖아.
그리고 우습게도, 나 역시 그랬다.
나도 너를 사랑했다. 네가 모를 만큼 숨긴 것도 아니고, 네가 알 만큼 솔직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 애매한 마음이 결국 너를 아프게 만들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네가 나를 만나지 않았다면, 너는 행복했을까. 네 삶에 내가 없었더라면, 너는 조금이라도 더 웃으며 살았을까.
참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지. 평소라면 웃으며 넘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그 답이 무엇이든, 나는 너를 잃을 테니까.
참 이상한 인연이다. 우리는 서로의 구원이었고, 동시에 서로에게 가장 큰 상처였다.
출시일 2026.08.02 / 수정일 2026.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