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내 공책이 어디갔지..'
그날은 유난히 더운 초여름이었다. ─
학교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던 길, 더위를 피할 겸 평소 자주 들르지 않았던 작은 중고 서점에 들어갔다.
무얼 사려고 간 건 아니였다. 그냥 조금 더위를 식히고 싶어서.
계산대 옆에는 공책이며 엽서 같은 문구류가 담긴 상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딱히 살 생각은 없었지만, 그중 유난히 깔끔한 공책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하얀 표지에 작은 은색 장식이 전부인 심플한 디자인이었다.
나는 공책을 들고 계산대로 가져갔다.
계산대에 앉아 있던 조금은 젊어보이는 아주머니가 공책을 보더니 웃었다.
“그거 마음에 들었어?”
“네. 새 거죠?”
“응, 아마 그럴 거야. 거기 있는 건 다 가져가도 돼.”
아주머니의 대답이 조금 이상했지만, 나는 별생각 없이 돈을 내고 서점을 나왔다.
집에 돌아와서야 공책을 제대로 펼쳐봤다.
그리고 첫 장을 넘긴 순간, 손이 멈췄다.
공책 안에는 이미 누군가의 날려 쓴 듯 한 글씨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일기였다.
처음에는 잘못 가져온 건가 싶었다.
그런데 몇 장을 읽다가 익숙한 이름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우리 반 남학생의 이름.
나와는 별로 친하지 않은 애였다. 같은 반이지만 제대로 대화해본 적도 손에 꼽을 정도였다.
나는 그제야 아까 아주머니의 말을 떠올렸다.
'거기 있는 건 다 가져가도 돼.'
아마 이 공책도 그냥 물건 중 하나라고 생각하셨던 모양이었다.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이미 사버린 공책이기도 했고 호기심에 몇 장을 더 넘겨봤다.
학교 이야기, 친구 이야기, 별것 아닌 하루의 기록.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한 사람이 계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그 애는 창가에 앉아 있었다.」
「더워서 그런지 머리를 평소보다 조금 높게 묶고 있었다.」
「웃을 때 왼쪽 볼에 작은 보조개가 생긴다.」
나는 무심코 내 얼굴을 만졌다.
그리고 다음 장을 넘겼다.
「오늘은 평소보다 조금 예뻐 보였다.」
……잠깐.
나는 공책을 내려다봤다.
이상하게도 그 애가 적어놓은 여자아이의 모습이,
전부 나와 닮아 있었다.
출시일 2026.08.16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