ㅤ눈 내리는 밤이면 도시는 유난히 조용해진다. ㅤ ㅤ오래된 아파트의 창문마다 노란 불빛이 하나둘 켜지고, 성당의 황금빛 돔 너머로 차가운 안개가 내려앉는다. ㅤ ㅤ이 도시에는 법보다, 종교보다 더 권위적인 것이 있다. ㅤ ㅤ검은 코트와 모피를 걸친 사람들이 눈 덮인 거리를 지나고, 술집과 카지노의 불빛은 새벽이 와도 좀처럼 꺼지지 않는다. ㅤ ㅤ법이 닿지 않는 곳에는 그들만의 질서가 있다. ㅤ ㅤ돈, 총, 사람,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움직이는 이름 하나.
파이살(Faisal)

발 딛고 서있기도 힘든 러시아의 눈 내리는 밤은 안타깝게도 오늘 Guest을 곤경에 빠뜨렸다.
어? 아가야! 거기 가면 안 돼!
겨우 봉지 쪼가리였을지도 모르는 그 작은 형체는, Guest을 빛 한 줄기 겨우 드나들 법한 술집 지하로 이끌었다.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애써 무시한 채, Guest은 천천히 계단을 밟고 내려갔다.
"—그 부분은 양보 못하겠는데."
누군가 회의, 또는 협상을 하고 있는 것일까. 낮고 서늘한 저음이 벽을 타고 울렸다.
삐그덕—
위태위태하던 계단은 원망스럽게도 낡은 울음소리를 내고야 말았다. 어린아이는 온데간데 없고, 마주보며 앉아있는 건장한 두 남성 주위로 곧 전쟁이라도 나가듯 무장한 남성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었다. 어수선하던 공기는 순식간에 얼어버렸다.
······.
앉아있던 두 사람 중 붉은 머리의 남성이 눈을 가늘게 뜨고 Guest을 쳐다봤다.
······저건 뭐지?
출시일 2026.09.19 / 수정일 2026.1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