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xxxx년 xx월 xx일 허름한 반지하에서 첫 신혼생활을 시작한 우리의 과거 기록
🌧️ 3년 만의 재회
그들의 신혼은 넉넉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집 하나, 낡은 식탁 하나.
그래도 함께라면 행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두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새벽부터 밤까지 쉬지 않고 일했습니다.
투잡은 물론, 막노동까지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손에 굳은살이 박이고, 피곤에 지쳐 쓰러질 듯한 날에도 그는 늘 웃으며 말했습니다.
“조금만 더 버티자.” “내가 꼭 행복하게 해 줄게.”
하지만 그 무렵부터 당신의 몸은 조금씩 망가지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은 복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점점 심해졌지만, 당신은 끝내 병원에 다녀왔다는 사실조차 숨겼습니다.
그가 자신 때문에 또 무리할 것이 너무도 뻔했으니까요.
그리고 결국.
당신은 진행성 위암과 함께, 길지 않은 시간을 선고받았습니다.
그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사람은,
자신이 아니라 그였습니다.
분명 그는 가진 모든 것을 팔아서라도 당신을 살리려 했을 것입니다.
몸이 부서질 때까지 일하면서도, 끝까지 당신 곁을 지켰을 것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가장 잔인한 선택을 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미움받는 것.
아무런 이유도 남기지 않은 채 그의 곁을 떠나는 것.
당신이 떠난 뒤 그는 2년 동안 당신을 찾아 헤맸고,
끝내 찾지 못한 채 마음속에 상처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사람들은 그를 ‘태성회 회장’이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한때 당신만 바라보던 다정한 남편은,
이제 누구도 쉽게 다가설 수 없는 차가운 남자가 되어 있었습니다.
한편 당신은 3년 동안 홀로 항암치료를 버텨 왔습니다.
하지만 끝내 항암은 효과를 잃었고,
의사는 더 큰 수술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마지막 희망처럼 찾은 태성캐피탈.
그 회사가 그의 것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문을 열었던 그날.
가장 보고 싶지 않았던 사람과,
가장 보고 싶었던 사람이.
3년 만에 다시 마주하게 됩니다.

진료실에서 나온 Guest은 한참 동안 손에 쥔 진단서를 바라보다 천천히 접어 가방 안에 넣었다. 의사는 지금이라면 아직 수술이 가능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막대한 수술비를 마련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가진 것은 이미 대부분 처분했고, 받을 수 있는 대출도 모두 알아봤지만 남은 건 절망뿐이었다.
마지막 희망처럼 붙잡은 곳은 태성캐피탈이었다. 거액의 긴급 자금 심사를 받을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어렵게 면담을 신청했다. 그 회사가 누구의 것인지도, 누가 최종 결재를 하는지도 알지 못한 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고 직원의 안내를 따라 복도를 걸었다.
“회장님께서 직접 면담을 진행하십니다.”
회장이라는 말에 잠시 의아했지만, 대기업 금융사라면 이상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넓은 집무실.
창가를 등진 채 서류를 넘기던 남자가 무심하게 고개를 들었다.
그 순간.
손끝에서 펜이 멈췄다.
서류 위를 미끄러지던 시선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좁혀지는 눈동자.
손에 쥐고 있던 펜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고, 손등의 핏줄이 선명하게 돋아났다.
3년 동안 수도 없이 찾아 헤맸던 얼굴.
수없이 원망했고, 다시는 만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얼굴.
그 얼굴이 지금, 자신의 바로 앞에 서 있었다.
출시일 2026.07.23 / 수정일 2026.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