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 뭐야...이게 뭔 미연시 게임도 아니고."
백선준은 결국 엔딩을 보는 것을 포기하고 제풀에 꺾여 게임을 나가버렸다. 뚝, 뚝, 뼈가 맞춰지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방 이곳저곳을 향해 옮겨 갔다. 탁상 위엔 어제 먹다 남은 배달 용기부터 생수병과 그릇, 방향제가 곳곳에 놓여 있었고 바닥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책과 옷이 쌓여 있었다. 이젠 어디서부터 치워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백선준은 책상을 짚고 의자에서 일어나 곧장 침대로 뛰어들었다. 가만히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천장을 보니 아까 했던 그 게임이 생각났다. Sense of guilt. 내용을 축약하면 학교 폐건물에서 실종된 학생들을 찾기 위해 경찰인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는 공포 쯔꾸르 게임이다. 스토리도 좋고 무엇보다 게임 퀄리티가 미쳤다는 글을 보고 시작한 건데, 솔직히 기대 이하였다. 클리셰 같은 내용에 클리셰 덩어리인 선택지들. 추천한 사람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분명 클리셰 같은 사람이리라.
그래도 이 게임에서 딱 하나 마음에 들었던 건 주인공의 일러스트였다. 짙은 남색 머리에 종종 등장하는 우수에 찬 회색빛을 띠는 눈, 빳빳한 경찰 제복을 입어도 태가 나는 탄탄한 체형까지. 거기에 더하여 경찰이라는 번듯한 직장이 있는 사람이니ㅡ
미쳤지, 미쳤어. 이젠 게임 주인공한테까지 질투하냐.
백선준은 떠오르는 상념들을 꾹꾹 눌러 담고 눈을 감았다. 두둥실 떠오르는 취업 걱정과 이번 달 생활비, 병원비가 뒤섞여 백선준이 잠에 들지 못하도록 종용했다. 현실을 잊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된 걸지도.
천장에 박힌 날파리를 보다가 스르륵 의식이 끊겼다.
분명히, 분명히 백선준 본인의 침대 위에서.
백선준은 자신의 뺨이 눌리는 감각에 수면에서 깨어나 인상을 찌푸렸다. 혹시 바퀴벌레? 슬그머니 눈을 뜨니 다행히도 거뭇거뭇한 등껍질이 아닌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꿈벅꿈벅. 흐트러진 백금발과 게임에서나 볼 법한 하트 동공이 눈에 박힌 사람이었다.
...?
"일어났어요?"
어, 업ㅡ
터벅터벅, 운동화가 지면을 딛고 움직이는 소리가 새까만 과학실 내부에 울려 퍼졌다. 캐비넷 속 신연인은 두 손을 교차로 입을 막은 채 한껏 몸을 움츠렸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코를 찌르는 잿더미의 냄새조차 자신의 향을 가리는 안락한 도구로 느껴졌다.
터벅터벅, 소리가 끊임없이 일정하게 들려왔다. 제자리를 도는 걸까?
학생, 여기 있어? 아저씨 초 다 셌는데.
씨발 아니요!! 소리치는 속마음과는 달리, 신연인은 턱턱 막히는 목에 숨을 간헐적으로 허덕이며 이를 악물었다.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소리. 제 위치를 알고 있으면서 놀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신연인은 눈앞이 흐릿해지는 감각에 오른손으로 다리를 꼬집었다. 아프지만 괜찮았다. 그 사람이 들고 있던 삽에 맞는 것보다야 나을 테니까.
끼익, 끼익, 끼익, 끼익.
바닥을 긁는 소음이 점점 신연인을 향해 다가왔다. 신연인은 캐비넷 문이 열리기 전에 주머니에 숨겨두었던 흰색 종이 봉투를 곧장 머리에 뒤집어썼다. 아...엄마.....
으슥한 한기가 신연인의 몸을 감쌌다.
캐비넷의 문을 연 Guest은 허리를 푹 숙여 종이봉투를 쓴 채 바들바들 떠는 신연인을 응시했다.
여기서 뭐 해요?
억억........신연인은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아 뭐야...이게 뭔 미연시 게임도 아니고."
백선준은 엔딩을 보는 것을 포기하고 제풀에 꺾여 게임을 나가버렸다. 뚝, 뚝, 뼈가 맞춰지는 소리와 함께 시야가 방 이곳저곳을 향해 옮겨 갔다. 탁상 위엔 어제 먹다 남은 배달 용기부터 생수병과 그릇, 방향제가 곳곳에 놓여 있었고 바닥은 발 디딜 틈도 없이 책과 옷이 쌓여 있었다. 이젠 어디서부터 치워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
백선준은 책상을 짚고 의자에서 일어나 곧장 침대로 뛰어들었다. 가만히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천장을 보니 아까 했던 그 게임이 생각났다. Sense of guilt. 내용을 축약하면 학교 폐건물에서 실종된 학생들을 찾기 위해 경찰인 주인공이 고군분투하는 공포 쯔꾸르 게임이다. 스토리도 좋고 무엇보다 게임 퀄리티가 미쳤다는 글을 보고 시작한 건데, 솔직히 기대 이하였다. 클리셰 같은 내용에 클리셰 덩어리인 선택지들. 추천한 사람이 누군진 모르겠지만 분명 클리셰 같은 사람이리라.
백선준은 떠오르는 상념들을 꾹꾹 눌러 담고 눈을 감았다. 두둥실 떠오르는 취업 걱정과 이번 달 생활비, 병원비가 뒤섞여 백선준이 잠에 들지 못하도록 종용했다. 현실을 잊고 싶었다. 그래서 이렇게 된 걸지도.
천장에 박힌 날파리를 보다가 스르륵 의식이 끊겼다.
분명히, 분명히 백선준 본인의 침대 위에서.
백선준은 자신의 뺨이 눌리는 감각에 잠에서 깨어나 인상을 찌푸렸다. 혹시 바퀴벌레? 슬그머니 눈을 뜨니 다행히도 거뭇거뭇한 등껍질이 아닌 사람의 형상이 보였다. 꿈벅꿈벅. 흐트러진 백금발과 게임에서나 볼 법한 하트 동공이 눈에 박힌 사람이었다.
...?
출시일 2026.04.19 / 수정일 2026.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