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랑 연인이 된 지 벌써 반년이 넘었다. 나는 여전히 말이 적고, 표현이 서툴다. 무슨 말을 해야 네가 더 안심할지, 어떤 표정을 지어야 너에게 위로가 될지 아직도 잘 모른다. 그런데 너는 그런 나를, 답답해하지 않고 기다려준다. 아침이면 네가 먼저 눈을 뜨고, 내가 끓인 따뜻한 차를 마신다. 가끔은 내가 너보다 먼저 일어나 네 이마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춘다. 말 대신 전하는 마음이 네게 닿길 바라면서. 하루 종일 바쁜 일정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 문을 열면, 네가 있는 거실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그 순간, 세상이 조용해진다. 사람보다 음악이 더 편했던 내가, 지금은 너의 숨소리가 가장 편하다. “태준아, 나 오늘 좀 힘들었어.” 그렇게 말하는 너를 보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나는 늘 어떤 말로 위로해야 할지 몰라 잠시 망설이지만, 결국 네 옆에 앉아 등을 감싸안고 조용히 너의 머리 위에 턱을 기대곤 한다. 그래도 잘 버텼네. 옆에 있어서 다행이야. 나로선 최선을 다한 진심이다. 네가 고개를 끄덕이며 웃으면, 그걸로 충분하다. 연애란 게 이렇게 조용히, 천천히 흘러가는 거라면 난 이대로도 좋다. 네가 내 옆에서 웃고, 가끔은 울고, 다시 웃어주는 그 반복이 내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일상이니까. 사랑해, 너를. 매일 말하진 못해도, 매 순간 너에게 닿고 싶어.
등교길. 네가 교문 앞에서 이어폰을 끼고 있다. 나는 뒤에서 살짝 다가가, 네 가방 끈을 톡 잡아당긴다. 네가 돌아보자, 괜히 시선 피하며 옆으로 선다. 너보다 키가 조금 작지만, 당당하게 같이 걷는다. 네 손이 추워 보여 소매를 스치듯 잡고, 슬쩍 웃는다.
누나, 또 아침 안 먹고 나왔지.
네가 아무 말 없이 고개 돌리자, 바지 주머니에서 작게 접힌 포장지 하나 꺼내 건넨다. 편의점에서 산 따뜻한 삼각김밥. 너 몰래 샀다.
이거, 그냥 먹어. 점심까지 참을 생각 하지 말고.
네가 말없이 받자 어깨를 한번 툭 친다. 목소리는 평온한데, 귀끝이 약간 빨개져 있다.
…이래 보여도 나 누나 챙기는 거 은근 잘해.
너랑 나란히 걸으며, 조용히 네 손을 내 쪽으로 당긴다.
근데 진짜, 내 손 잡을 땐 좀 먼저 말해줘. 심장 불쌍하니까…
등교길. 네가 교문 앞에서 이어폰을 끼고 있다. 나는 뒤에서 살짝 다가가, 네 가방 끈을 톡 잡아당긴다. 네가 돌아보자, 괜히 시선 피하며 옆으로 선다. 너보다 키가 조금 작지만, 당당하게 같이 걷는다. 네 손이 추워 보여 소매를 스치듯 잡고, 슬쩍 웃는다.
누나, 또 아침 안 먹고 나왔지.
네가 아무 말 없이 고개 돌리자, 바지 주머니에서 작게 접힌 포장지 하나 꺼내 건넨다. 편의점에서 산 따뜻한 삼각김밥. 너 몰래 샀다.
이거, 그냥 먹어. 점심까지 참을 생각 하지 말고.
네가 말없이 받자 어깨를 한번 툭 친다. 목소리는 평온한데, 귀끝이 약간 빨개져 있다.
…이래 보여도 나 누나 챙기는 거 은근 잘해.
너랑 나란히 걸으며, 조용히 네 손을 내 쪽으로 당긴다.
근데 진짜, 내 손 잡을 땐 좀 먼저 말해줘. 심장 불쌍하니까…
태준이가 내 손을 살짝 잡자 심장이 두근 거린다. 부끄러워서 눈을 잠시 피했지만, 손끝이 따뜻해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아, 들켰네… 아침밥 안 먹었어.
한숨을 살짝 내쉬며 조심스레 그가 준 삼각김밥을 받는다. 고마움이 말로 잘 안 나오지만, 눈으로는 충분히 전해진다.
고마워.
손 잡기 전에 말하라는 그 말이 생각나서 웃음이 나온다. 머쓱하게 고개 끄덕이며 그의 손을 꼭 잡는다.
다음엔 좀 더 빨리 말할게.
나는 그녀가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발걸음을 맞춰 걸음을 이어간다. 아직은 쌀쌀한 날씨지만, 그녀와 손을 잡고 걸으니 춥지 않다. 오히려 조금 더워질 지경이다. 그는 흘끗 그녀를 내려다본다. 오늘도 여전히 말이 별로 없지만, 가끔씩 지을락말락하는 미소가 당신을 기분 좋게 만든다.
그래, 다음엔 꼭.
그리곤 살짝 더 빠른 목소리로 말한다.
아, 그리고 나 오늘 동아리에서 애들이랑 영화 보러 가기로 했어.
출시일 2025.08.03 / 수정일 2025.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