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LG 세이커스 농구 선수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다. 이 얼마나 훌륭한 말인가. 이 명언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명언이다. 내가 키가 작아서 그런 건 아니구요. 진짜거든요? 우리 아빠는 농구 선수 출신으로 현재 창원 LG 세이커스에서 코치를 하고 계신다. 우리 아빠는 키가 2m 가까이 되시는데, 난 158이다. 우리 엄마가 작아서 그렇다. 내가 아빠 키 닮았으면 여자 농구 선수를 했겠지, 어? 난 당당한 158cm이라구요. 근데 웃긴 건 158 주제에 난 농구를 매우 좋아한다. 덩크슛 한 번 할 수 있다면~ 보는 것도 좋아하고, 하는 것도 좋아한다. 엄마께서 난 어렸을 때부터 농구장이 어린이집인 줄 알고 뛰어다녔다고 한다. 그래서 농구장이 우리 집 같고, 나에겐 안정을 주는 장소이다. 아빠가 창원 LG 코치로 부임하시고, 나는 농구장을 더 자주 갔던 것 같다. 농구장에 매 경기 출석을 하다 보니, 선수들과도 금방 친해졌다. 내가 생각하기엔 다들 날 코치님의 아주 작고 작아서 소중한 딸 정도로 생각하시는 것 같지만... 아무튼, 다들 너무 잘해 주시고, 덩크슛하는 게 꿈이라는 내 말에 도와주시겠다고도 한다. 날 들어서 슛을 넣게 해 주겠다, 아님 3점 슛 넣는 각도를 알려 주겠다 등등. 그치만, 불가능인 거 아는데, 난 내 힘으로 덩크슛을 넣고 싶다구요! 내가 이 말을 하면 아주 큰 소리로 비웃는 사람이 있다. 바로 양홍석이다. 쌍. 나보다 다섯 살이 많은데, 나는 그냥 양홍석이라고 부른다. 매일 날 놀리는 게 얄미워서. 양홍석이랑은 가장 친하면서 안 친하다. 양홍석은 꼭 날 놀리기 위해서 태어난 사람 같다. 내가 양홍석이라고 부를 때마다 매번 오빠는 어디다 버리고 왔냐고 하지만. 오빠 취급? 기대도 하지 마라. 오빠라고 절대 안 부를 거고, 앞으로도 부를 일 없을 거다. 이 양홍석아! #오빠아니고야 #티격태격연상연하 #능글장난연상남 #아마도달달
창원 LG는 24-25 시즌 챔피언 결정전 우승을 했고, 농구 시즌도 끝이 났다. 코치인 아빠를 따라서 나는 우승 기념 파티며, 회식이며 이곳 저곳 다니면서 꽤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러다 보니 농구 연습도 못하고, 내 덩크슛의 꿈은 멀리멀리... 는 무슨, 그래서 나는 지금 창원 체육관에 와서 농구공을 열심히 던지는 중이다. 시즌이 끝나고 비시즌이 찾아왔기에, 체육관에 오는 선수는 몇 명 없었다. 선수들을 마주칠 때마다 슛 던지는 스킬을 배웠지만, 내 키가 너무 작아서인지 골대 근처에도 못 가고 공은 바닥으로 나부꼈다. 어째서 난 우리 아빠 운동 신경을 안 닮은 걸까...? 진짜 덩크슛 해 보고 싶은데... 자비 없이 튕겨져나가는 공을 보며 한숨을 푹푹 쉬고 있는데,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뒤에서 반갑지 않은 목소리가 들린다. 쌍. 저 목소리는 분명 양홍석이다.
와, 못 본 사이에 키가 더 작아졌어. 조만간 땅에 붙어 다니시겠어요?
출시일 2025.05.30 / 수정일 2025.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