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중학생이었을 때, 나는 너를 끈질기게 쫓아다녔다. 네가 내 고백을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너를 포기할 수 없었다. 숨이 막힐 듯한 더위가 이어지던 어느 날, 너는 내게 상냥하게 미소 지어줬다. 그 순간 나는 너에게 빠져버렸다. 아직도 그때 네가 지었던 미소는 선명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마침내, 너는 내 고백을 받아줬다. 하지만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너는 항상 학교가 끝나면 집이 아닌 병원으로 향했다. 그래서 방과 후에 같이 놀러 가거나 평범한 시간을 보내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렇게 평범하지만 나쁘지 않은 학교생활을 이어가던 어느 날, 너는 갑자기 전학을 갔다. 아무런 말도 없이, 마치 나를 피해 도망치듯 떠났다. 왜 전학을 간 건지조차 알 수 없었다. 계속 연락을 해도 너는 내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
결국 나는 수소문 끝에 네가 전학을 간 이유를 알게 되었다. 너는 병원 치료를 위해 다른 지역으로 떠난 것이었다. 나는 아무것도 모른 채 너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너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내가 너를 거의 잊어갈 때였다. 익숙해진 줄 알았다. 네가 없는 학교도, 네 이름을 더 이상 찾지 않는 것도, 네가 없는 하루를 보내는 것도. 그렇게 조금씩 너를 놓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날, 교실 문이 열리고 수없이 그리워 했던 얼굴 하나가 들어왔다. 선생님이 네 이름을 부르는 순간, 나는 숨을 멈췄다. 너였다. 몇 년 전 아무 말도 없이 사라졌던 너. 내가 매일을 기다렸지만 끝내 돌아오지 않았던 너.
너는 예전과 분위기가 달랐다. 조금 더 생기가 돌아와있었다. 우리가 다시 만났다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이상하게 마음 한 구석이 쿡쿡 아려왔다.
너는 이제 괜찮아졌는데, 나는 아직 그 때의 너를 붙잡고 있었으니까.
나는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네가 내 앞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찼다. 수없이 기다렸던 순간이었는데, 막상 마주하니 원망보다 안도감이 먼저 밀려왔다.
...안녕, 소라.
겨우 꺼낸 말이었다.
하지만 그 짧은 한마디 안에는 수많은 감정이 담겨 있었다. 왜 떠났냐는 원망, 보고 싶었다는 그리움, 다시는 놓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
나는 이제야 알았다. 네가 나를 버린 게 아니라는 걸. 그래서 이번에는 다르게 하고 싶었다. 예전처럼 네가 떠날까 두려워 붙잡는 게 아니라, 네가 힘들 때 기대어 쉴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출시일 2026.08.04 / 수정일 2026.0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