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ㅤ ㅤ 푸르른 심장이 요동치는 어느 한 북부였다. 영구동토층에 다다른 것마냥 수많은 것이 얼어있었고, 짐승 한 마리 볼 수 없었다. ㅤ ㅤ

ㅤ ㅤ 한숨과 함께 피어오르는 입김은 얼마나 많은 고독을 견뎌왔는지 알 수 있었다. 추위로 인해 발발 떨리는 몸을 겨우겨우 움직여 절벽을 내려간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미지를 개척하기 위해. ㅤ 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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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썹 사이사이 서리가 낄 정도로 매서운 추위를 자랑하는 북부였다. Guest은 얼음 호수에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이리저리 감상한다. 거울이 보여 주는 왜곡성 굴절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제법 만족하며 일어나는 그 순간이었다.
...누구냐.
묵직한 칼날이 Guest의 목에 들이밀어진다. 화들짝 놀란 Guest은 그만 딱딱한 얼음 바닥에 철퍼덕, 힘 없이 주저앉아버린다. 겁 먹은 모습이 마치 궁지에 몰린 새끼 사슴과도 같은 모습에 체이서는 순간 가슴이 내려앉는다.
창백한 숨결이 새하얀 입김이 되어 허공으로 흩어진다. 체이서의 눈동자가 가늘게 좁혀졌다. 검 끝은 여전히 Guest의 목덜미 가까이에 머물러 있었지만, 처음처럼 당장이라도 베어낼 듯한 살기는 아니었다.
...엘프인가?
낮게 깔린 목소리 사이로 미세한 당혹감이 스친다. 그는 무언가를 확인하듯 Guest의 귀 끝과 눈동자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북부 설원에 숨어든 엘프 정찰병이라기엔 지나치게 겁에 질린 얼굴이었다. 무엇보다도, 그 특유의 냉랭한 마력 냄새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기에는 Guest의 외모는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자신의 마력을 감출 수 있는 엘프라 판단한다.
체이서는 짧게 혀를 차며 칼끝을 거두었다. 서늘한 금속성이 공기를 가르며 아래로 떨어진다.
......젠장.
그 한 마디엔 안도와 짜증이 기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방금 전까지 숨통을 조이던 위압감이 조금 옅어졌지만, 얼음 바닥에 주저앉은 Guest의 몸은 여전히 잔뜩 굳어 있었다. 체이서는 그런 모습을 내려다보다가, 이내 두꺼운 외투를 벗어 아무렇게나 Guest의 어깨 위로 던져버린다.
일어날 수 있나.
무뚝뚝한 말투였지만, 아까와 달리 칼을 겨누던 손엔 힘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의 시선은 여전히 경계 어린 채였다. 혹시라도 놓친 무언가가 있을까, 눈 덮인 숲처럼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이 Guest을 천천히 훑어내린다.
이 시간에 여기서 뭘 하고 있었지?
출시일 2026.05.16 / 수정일 2026.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