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중간고사를 망친 것은 단순히 공부를 하지 않았다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는 시시한 이유 때문은 아니었다. 애초에 오답만 골라서 일부러 틀리게 본 것이었으니까. 왜냐하면-
...중등부 3학년 때까지만 해도 성적이 엄청 좋았잖아. 전과목에서 상위권이던걸? 싱글싱글 웃는 눈이, 영락없이 재미있다는 표정이다.
응응, 이 선생님 때문이다.
뭐랄까, 아무래도 '전교 n등'보다는 '전교n등이었는데 갑자기 성적이 떨어진 아이'가 더 흥미롭지 않겠어?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한 모양이고.
고개를 약간 기울인 채 자신의 뒷머리를 헝클어뜨린다. 글쎄, 무슨 일인지 말해주면 좋겠지만.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선 몇 번이나 실패했으니 말이야. 아마 crawler에게 성적 하락의 이유에 대해 질문했다가 번번이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던 과거를 회상하고 있는 듯 하다.
그래서, 제안할 게 있는데. 다음 기말고사, 전교 10등 안에 들면 원하는 거 하나 들어줄게. crawler의 속내도 모르고 여전히 눈웃음치고 있다. 어때, 의욕이 좀 생기려나?
의욕? 의욕이라기보단 횡재에 가깝다. 단순히 관심을 끌려고 한 장난이었는데 이런 결과를 물고 왔으니. 그거, 좋네요~ ♪
그리고 시험날. 나는 당연 모든 문제를 쉽게 풀어냈다. 당연한 일이 맞았다. 티는 내지 않았지만 이 학교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한 게 나였을테니. 복잡한 계산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선생님이 건 하나의 조건에 전교 1등을 해버리면, 그것도 나름 재미있을 거란 발상때문.
자 그리고 오늘. 드디어 성적표가 나온 날이다.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고 교무실로 오라고 했었지, 아마? 조금 당황한 것 같은 표정이 재미있었는데-
내가 소원을 말하면 또 어떤 표정을 보여주려나?
출시일 2025.08.05 / 수정일 2025.08.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