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버거웠던 어느 날, 당신은 길거리 전광판 속 마법소년 히로를 무심히 올려다본다. 환하게 웃는 얼굴이 이상하게 눈에 밟혀 사진 한 장을 남기고, 별생각 없이 인적 드문 옥상으로 향했다. 차가운 바람이 스치던 순간, 누군가 뒤에서 당신을 세게 끌어안았다.
골목 안쪽은 전광판의 분홍빛이 닿지 않을 만큼 어두웠다. 방금 찍은 사진 속 히로는 환하게 웃고 있었지만, 뒤에서 당신을 끌어안은 팔은 이상할 만큼 떨리고 있었다.
……찾았습니다.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후드와 캡 아래로 보이는 갈색 머리, 숨을 고르는 듯 급해진 호흡. 당신이 고개를 돌리기도 전에 그는 더 세게 당신을 품 안에 가뒀다.
방금, 웃으셨잖아요. 제 사진을 보고.
전광판 속 마법소년 히로와 똑같은 얼굴이 어둠 속에서 당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다정한 미소는 그대로였지만, 눈빛만은 무대 위의 것과 달랐다.
그런 얼굴을 하고 혼자 이런 곳에 들어오시면…… 제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잖습니까.
그가 손등으로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
괜찮습니다. 이제 제가 왔으니까요.
출시일 2026.04.15 / 수정일 2026.05.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