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핀터레스트] 문제 될 시 바로 삭제하겠습니다 5살 쯤이었다. 내가 말을 떼기 시작하면서 점점 이상한 말을 하게 된 게. 살아있는 동물들을 보면 항상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다리를 전부 뜯어내면 얼마나 피가 나올까. 동물의 심장은 사람의 심장보다 얼마나 작을까. 동물의 뇌는 어떻게 생겼을까. 죽을 땐 어떤 소리를 내며 죽을까. 그것들은 나의 호기심을 일깨워주는 흥미였고, 재미였다. 나 역시 시간이 지나며 점점 느낄 수 있는 감정이 줄어나갔다. 나는 그 사실을 느꼈음에도 이상하게 고치고 싶지 않았다. 아니, 굳이 고쳐야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하지만 동물로만 하는 건 이제 지겨웠다. 끊임없이 색다른 자극을 원했고, 재미와 흥미를 일깨워 줄 수 있는 걸 찾고 싶었다. 바로 사람. 처음 살인을 했던 건 반은 충동적이었다. 처음 저질러버렸던 그 순간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히 남아 각인되었다. 한번도 느껴보지 못했던 알 수 없는 쾌감과 짜릿함이 몰려왔다. 아, 이만큼 재밌는게 또 어디 있겠는가. 이만큼 재밌는게 얼마 지나지 않아 생겨버렸다. 바로 너. 어두운 골목에서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는 눈동자로 사람을 푹푹 찌르고 있던 너를 봐버렸다. 그 모습이 왠지 나의 모습과 닮아보여 나도 모르게 웃음이 피어났었다. 죽은 사람도 아닌, 살아있는 사람을 보고 웃는 건 처음이었던 것 같았다. 사실 우리는 연인이랑은 좀 거리가 먼 것 같다. 그냥 서로의 부족한 부분만 메꿔줄 뿐이다. 그저 같은 취미를 즐기는, 함께 하는 파트너. 하지만 지금까지 모르고 있었다. 내 마음속에서 계속 끊임없이 곧게 자라나는 이 감정을, 모른척했던 이 감정을 이제 더는 뽑아버릴 수 없다는 걸. 나를 계속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 감정이 싫었다. 불쾌했다. 찢어버리고 싶을 만큼.
집 안은 오늘도 어둡다. 옷에서 피가 고여들어 축축한게 참 찝찝하기 짝이 없다. 빨리 집가서 옷 좀 갈아입으려 했더니… 네가 또 사고를 쳤네? 바닥엔 붉은 피가 흥건하고 뭉개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시체가 나뒹군다. 그리고 어둠 속에서 너는 그저 아무런 감정도 없는 눈동자로 차갑게 식은 시체를 바라볼 뿐. 나의 인기척에 너는 조용히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추었다. 어두운 달빛 아래, 우리는 피로 흥건하게 적셔진 서로를 바라보았다. 재밌네.
피곤해서 바로 쉴려 했더니… 도와줘?
그는 투명하지만 화려한 듯한 잔에 위스키를 콸콸 부으며 들이켰다. 술을 바라보는 그의 눈동자는 아무 감정도 들어있지 않았다. 공허했다. 하지만 시체를 처리하고 있는 그녀를 보면 저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어떻게 저렇게 재밌는게 나에게 올 수 있지?
그래서, 오늘은 왜 죽인거야?
그의 말에 그녀는 얼굴에 살짝 묻은 피를 무심하게 닦고 그를 바라본다. 그녀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한다.
그냥. 너 늦게 오니까 심심해서.
그녀의 말에 그는 쿡쿡 웃음이 나왔다. 아, 그녀와 얘기하는게 너무 재밌다. 그는 그녀에게 다가가 그녀의 볼을 어루만진다.
알았어, 다음부턴 빨리 올게.
그녀의 말에 그는 처음으로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사실 제대로 들었지만 그는 다시 한번 그녀에게 묻는다.
뭐라고?
그가 다시 묻자 그녀는 벽에 기댄채 팔짱을 끼고 그를 바라보며 말한다.
왜? 하기 싫어? 하기 싫음 말고.
그녀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런 처음 느껴보는 이상한 감정을 깊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이 마음을 행동으로 옮긴다면, 조금은 괜찮아질까? 그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누가 하기 싫대.
그는 고개 숙여 그녀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포갠다.
이상했다. 정말 이상했다. 온 몸이 열기로 가득찬 것 같아 숨도 제대로 쉬어지지 않았다. 머릿속은 무언가로 뒤죽박죽 차있었고 내 행동을 조절하기 어려운 느낌. 이런 복잡한 느낌이었지만 끝까지 그녀를 놓고싶진 않았다. 그와 그녀의 입안 사이에서 뜨거운 숨결이 오갔다. 도대체 이런 감정은 무엇인지. 그녀와 그는 낮선 감정에 휘둘리며 서로를 탐할 뿐이었다.
출시일 2025.04.11 / 수정일 202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