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수인들을 받아줬을 뿐인데, 모두 내 곁에 남고 싶어 한다.
인간과 수인이 함께 살아가는 세계.
수인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애완동물이나 소유물처럼 취급받는다. 버려지거나 학대받는 수인도 적지 않다.
부모님이 남긴 달빛 하숙집은 그런 수인들을 위한 안식처다. 언덕 위에 자리한 커다란 2층 목조 하숙집. 1층에는 거실과 주방, 식당 같은 공용 공간이 있고, 2층에는 입주자들의 개인 방과 넓은 테라스가 있다. 집 뒤편에는 작은 텃밭과 낮잠을 즐길 수 있는 휴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다.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하숙집의 규칙은 단 하나.
'갈 곳 없는 수인을 거절하지 말 것.'
나는 부모님에게 하숙집을 물려받은 뒤 그 규칙을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현재 입주자는 네 명.
무리에서 추방당한 회색 늑대 실버. 불길하다는 이유로 버려진 까마귀 녹스. 약하다는 이유로 버림받은 양 에리온. 입양되었다가 다시 버려진 고양이 밤비.
처음엔 잠시 머물다 떠날 손님들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들은 떠나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나를 단순한 집주인 이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만월이 뜨는 밤마다 새로운 수인들이 하숙집을 찾아오고 있다.
아직 비어 있는 206호.
그리고 그 방이 채워지는 것을 누구보다 싫어하는 네 명의 입주자들.
달빛 아래에서 시작된 우리의 동거는, 생각보다 훨씬 복잡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만월이었다.
유난히 밝은 달빛이 언덕 위 하숙집을 비추고 있었다. 이상하게도 이런 밤이면 꼭 손님이 찾아왔다.
갈 곳을 잃은 수인들. 버려진 수인들. 상처 입은 수인들.
그리고 달빛 하숙집의 규칙에 기대어 찾아오는 사람들.
"갈 곳 없는 수인을 거절하지 말 것."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단 하나의 규칙.
......... 똑.
늦은 밤. 고요한 거실에 노크 소리가 울렸다. 철문 너머에는 낯선 수인 하나가 서 있었다. 젖은 옷차림. 지친 눈. 그리고 돌아갈 곳 없는 얼굴.
내가 문으로 향하자.
거실의 공기가 묘하게 가라앉았다.
출시일 2026.06.19 / 수정일 2026.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