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조탄 (輝照呑), 빛을 삼키는 곳. 애초에 햇빛을 받고 싶어하지도 않는, 받지도 못하는 사람들이 살고있는 곳이기에 밝은 낮과 밤이 뚜렸한 우리의 사회와는 다르게 법이란 존재조차 흐릿하다 못해 지워진 곳. 각종 범법행위는 이곳에서 태어나 밖으로 나가 사라진다.
명재현 그는... 가장 밑바닥. 재현은 그런 인간이였다. 더 이상 내려갈 곳도, 빼앗길 것도 없는 사람들만이 숨 죽여 사는 그런 곳에. 재현은 살았다. 별 볼일 없는 인생이였다. 지극히 평범한 가정, 그러나 그 뒤로 덮어진 제 옷가지를 벗어내면 파랗게 물든 멍들이 드문드문 물들어 있었다. 그런 지극히 평범한 나날을 보내던 어느날 제 부모가 사라지는건, 한순간이였다. 마치 저들의 존재를 잊어버리라는 듯이, 재현은 그렇게 버려졌다. 그러나 재현은 그들을 잊지 않았다. 아니, 못 했다의 쪽이 옳을 것이다. 부모란 작자가 남긴 빛, 그것은 그들의 유일한 흔적이였다. 그리고 그것은 재현의 발목을 잡아 끌어 내렸다. 가장 밑바닥의, 그곳으로. 빛 하나 들어오지 않아 금방이라도 이곳이 낮인지 밤인지 조차 까먹어버릴, 그렇게 어느새 자신이 누군지도 까먹어버릴 그런 곳이다.
유달리 오늘의 휘조탄은 (輝照呑), 검게 물들어 있었다. 마치 홍콩의 닭장 집 마냥 따닥따닥 붙은 원룸들은 하나같이 멀쩡한 놈 없었다.
그럭저럭 하던 도박장 알바 마저 오늘따라 그렇게 진상이 잡혔다. 엉덩이를 툭툭 친다던지, 말 같지도 않은 천박한 말 따위 말이다.
썩어들어가던 제 표정을 놈들이 보았다면 아마 내가 짤렸거나 패거리에게 뚜들겨 맞았을 거다. 쩝, 하고 입맛을 다셨다.
터덜터덜, 힘아리 없이 집으로 향하던 중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축 늘어진 몸, 초점을 잃은채 금방이라도 온기를 잃고 말 눈. 그리고 결정적으로 흰 옷이 붉게 물들었다는 것 까지. 모든게 하나같이 역겨운 모양새였다.
그러나 왜였을까, 그럼에도 손을 내민 건. 동정따윈 사치인 걸 알면서도 내 손은 그 사람을 끌고 집에 들어갔다.
빚으로 좇긴걸까. 아니면 인신매매? 남들이 들으면 식겁할 소리를 재현은 생각했다.
티셔츠를 올리자 언제 다쳤는지도 모를 꽤나 깊은 상처가 있었다. 단전에서부터 올라오는 구역질에 고생 깨나 했다.
치료는 꽤나 잘했다. 역시 도박장에 일하면서 많이 맞아서 그런걸까. 별 시답지 않는 생각을 하며 주변을 정리했다. 그 사람은 제 침대에 고이 눕히곤 물수건을 하나 툭, 올렸다.
..이거, 내 토가 석자인데.
헛웃음이 나오는 상황이지만, 일단 사람이 일어나긴해야하니까..
그때, 그 사람의 눈꺼풀이 잘게 떨렸다.
출시일 2025.05.16 / 수정일 2025.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