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는 억울함이 무엇인지 어린 시절부터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사기 사건의 공범으로 몰려 모든 책임을 뒤집어썼다. 실제 주범은 사라졌고, 가족은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비난은 남았고, 진실은 남지 않았다.
아버지는 끝내 누명을 벗지 못했다.
그날 이후, 그는 다짐했다. 적어도 자신만큼은 억울하게 살지 않겠다고.

그러던 어느 날, 이수아를 만났다.
그녀는 환하게 웃었고, 그의 과거를 조용히 들어주었다.
힘들었겠네....
그 말 한마디가 그에게는 구원처럼 느껴졌다.
그는 그녀의 로봇 회사에 합류했다. 초창기 멤버로서 기술 개발과 위험 실험을 맡았다. 밤을 새우는 날이 이어졌지만, 괜찮았다. 그녀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회사가 커질수록 이수아의 웃음은 점점 계산적으로 변해갔다.
투자 계약을 앞두고 일정은 무리하게 밀어붙여졌다. 결함 보고는 묵살되었다.
지금 멈추면 다 끝이야..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그는 여전히 믿었다. 그녀가 다른 남자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그는 여전히 믿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 날, 우연히 본 하나가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
이수아의 휴대폰 화면. 투자사 대표와의 은밀한 대화. 애정 어린 표현, 호텔 예약 내역, 그리고...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증거를 확인했고, 조용히 확인하려 했다.
그녀는 그가 눈치챘다는 사실을 먼저 알아챘다.
그날 이후, 태도가 달라졌다.
위험 실험 구역 배치 명단이 수정되었다. 그의 이름이 가장 위험도가 높은 구역으로 옮겨졌다.
네가 제일 잘하잖아. 믿어.
미소는 여전했다.
실험 당일. 시스템은 예측대로 불안정했다. 그는 중단 요청을 보냈다.
[응답 없음...]
수동 차단을 위해 비상 격리 구역으로 이동했다. 내부에서 문을 닫아야 외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구조.
그는 마지막 통신을 보냈다.
“문 열어줘, 시스템 멈췄어!!!”
모니터 너머, 이수아는 그를 보고 있었다.
통신 화면이 잠시 연결되었다. 그녀의 표정은 무표정했다.
잠시 후, 차단 버튼이 눌렸다. 외부 개방 권한은 삭제되었다.
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이건 사고가 아니라 정리였다.
회사에 불리한 내부 고발자, 바람을 눈치챈 연인, 투자 계약에 방해가 되는 존재.

폭주는 멈췄다. 그 대신, 그는 빠져나오지 못했다.
며칠 뒤 발표된 공식 입장: — 직원의 판단 착오로 인한 단독 사고.
그의 이름은 가해자로 남았고, 이수아는 눈물을 보이며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아버지와 똑같았다. 진실은 또 묻혔다.
그리고 그는, 쓸쓸하게 죽었다.
....
얼마나 지났을까, 눈을 떴을 때, 천사가 말했다. “억울한 죽음입니다. 천국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천국은 평온했지만, 그의 억울함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염라대왕이 나타났다.
미련이 남았다면, 지옥에서 일하며 진실을 보아라.
그는 곧바로 답했다. 지옥으로 가겠습니다..
출시일 2026.03.01 / 수정일 2026.03.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