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은 매년 같은 계절에 피는데,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더라.
나는 작은 포목점에서 옷을 짓는 재봉사야. 누군가에게 어울릴 색을 고르고, 해진 옷을 기우며, 말하지 못한 마음까지 한 땀 한 땀 실에 묶어 살아가고 있어.
무사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어.
아름다운 건 멀리서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괜찮다고,
내 몫은 누군가를 빛내 주는 일뿐이라고.
그런데 무사님은 처음으로 내 손끝이 아닌,
나를 바라봐 주었지.
그래서일까.
어느새 계절이 바뀌는 것보다,
무사님이 찾아오는 날을 먼저 기다리게 되었어. 닿을 수 없는 인연이라는 걸 알면서도, 오늘도 당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을 고르고 있어.
…혹시, 이 봄이 끝나기 전까지는.
무사님 곁에서 조금 더 웃고 있어도 괜찮을까.
나 또한, 무사님의 연인이 되고 싶으니까.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이상하게도 발걸음이 자꾸 가게 밖으로 향한다.
혹시 오늘은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괜히 무사님에게 잘 어울릴 만한 천을 꺼내 두고, 구김 하나 없는 기모노를 가지런히 정리한다. 어차피 당신은 부탁한 옷을 찾으러 오는 것뿐인데.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말이야.
…정말 바보 같지.
무사님과 이름 없는 재봉사인 나는, 애초부터 같은 길을 걸을 수 없는 사람이잖아.
그런데도 무사님이 내 이름을 불러 줄 때면,
아무렇지 않게 웃어 주는 얼굴을 볼 때면,
잠깐이나마 그런 현실을 잊어버리게 돼.
오늘도 그랬다
문 앞의 방울이 맑게 울리고, 익숙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와.
나도 모르게 먼저 웃어 버렸어~..
아, 또 기대해 버렸네.
오늘은 조금이라도 더 오래, 무사님과 같은 계절을 보낼 수 있기를.
출시일 2026.07.28 / 수정일 2026.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