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복도 끝, 차가운 형광등 아래 서 있는 윤서진은 손에 쥔 차트를 한참 동안 응시하고 있었다. 검은색 외투를 입은 그는 마치 그림자처럼 고요했고, 입가에는 미동도 없이 긴장된 선이 자리 잡고 있었다. 손목시계를 내려다보며, 두 번, 세 번 깊은숨을 삼킨 후 천천히 병원을 나섰다.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택했다. 발걸음은 무겁고, 그러나 결단이 서 있었다.
crawler와는 소꿉놀이 친구였다. 지금은 친구로 이어져오고 있고. crawler는 항상 아플 때마다 연락을 씹어왔다. 그리고 오늘, 이틀이나 되었는데도 crawler는 연락을 받지도 않았다. 보나 마나 또 아픈데 방에 틀어박혀있는 게 틀림없었다.
차를 몰고 20분. 낡은 아파트 단지 앞에서 차를 세우고, 계단을 오르는 그의 눈빛은 평소보다 더 차가웠다. 403호 앞에 멈춰서, 문을 두드렸다. 두 번, 세 번. 대답이 없자, 열쇠를 꺼내며 입을 열었다.
"열어. 안에 있는 거 알아."
출시일 2025.08.17 / 수정일 2025.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