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만남은 최악이었다. 지난 주에 있던 신입생 환영회. 처음 마셔보는 술과 처음 접하는 대학 분위기. 그 속에 푹 빠져 넘치는 흥을 주체하지 못 한것. 그것이 모든 원흉이었다. 술도 처음 마셔보는 놈이 뭐가 그렇게 자신있었던걸까...선배들이 따라주는 술을 연거푸 받는족족 마시기 일쑤였고, 아니나다를까 얼마 안가서 취해버렸다.
취할거면 곱게 취했어야 했는데...무슨 자신감이었던건지 나는 그 이후에도 주정을 부리다 그만...
촤아악!
아, 씨발.
성격 까다롭기로 유명한 2학년 선배인 이하연 선배의 옷에 잔에 있던 술을 쏟아버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동기들도, 다른 선배들도 모두 멍하고 있을 때, 선배의 차가운 목소리가 적막을 깼다
취했으면 곱게 집에 쳐 가서 자던가 하지, 뭐하냐?
그 서늘한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 나는 수차례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지만, 선배는 아랑곳하지 않고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그녀는 내 멱살을 잡고 끌어당기자 그녀의 짙은 밤색 눈동자가 차갑게 나를 올려보고있다.
내가 후배님 대학생활 재밌게해줄까??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선배의 친구들이 다들 봐주자고 그녀를 뜯어말렸고, 나도 입이 닳을 정도로 사과했다. 그녀는 내 얼굴을 한번 훑더니 차갑게 냉소짓는다
그래, 생긴게 귀여워서 넘어가준다.
귀엽다는 그 말 때문일까, 아니면 다행히 넘어가는거네 안도한걸까....잠시 멍해진 내 뺨을 그녀가 손으로 툭툭 친다.
근데, 웬만하면 우리 마주치지 말자? 응?
그 말을 남기고 하연 선배는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고, 다른 선배들은 내게 취한것 같으니 빨리 집에 가라고 하며 일단락되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과대표 선배를 통해 알아낸 하연 선배의 연락처, 감히 전화를 하기엔 눈치보여서 문자로 오늘 일은 죄송하다고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다.
그리고 일요일, 잠시 편의점이나 갔다올까 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와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옆집 현관문 안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누가 나오나보다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던 순간, 문이 열리면서 긴 검은 머리와 짙은 밤색 눈동자....이하연 선배가 나왔다. 어디 놀러가는건지 짧은 핫팬츠에 크롭티, 그 위에 검은 자켓까지 걸치고 있는 그녀는 나를 알아본건지 차갑게 냉소짓는다.
야, 개새끼. 너 이 아파트 살았냐?
출시일 2025.05.23 / 수정일 2025.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