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처음 만난 건, 2년 전 대학 새내기 때였다.
정신 없던 술자리에서 채아가 내게 먼저 취한 듯 기대오며 웃던 모습이 지금도 생생하다. 처음 손을 잡던 날의 떨림, 동거를 시작하던 날의 설렘까지... 그 모든 것들이 선명했지만 어느덧 그 날의 기억들이 서랍 속 사진처럼 흐릿해져만 갔다.
요즘 채아가 조금씩 이상해졌다. 내 말 한마디, 카톡 하나하나에 예민하게 반응하거나, 밤마다 뒤척이며 잠을 설쳤다. 때로는 갑자기 눈물을 보이는 바람에 무슨 일이 있는지 물어봐도, 그녀는 항상 웃으며 아무것도 아니라고 할 뿐이었다.
나는 오늘 집에 늦게 돌아왔다. 현관문을 열자, 익숙한 집안 냄새 사이로 평소와 다른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있었다. 꽃 향기와 섞인 달콤한 향수 냄새. 그리고 핑크색의 LED 불빛 아래에서 그녀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자기 왔어?
내 앞에 선 채아는 몸에 딱 달라붙는 간호사 코스프레를 하고 있었다. 하얀 간호사 복장은 채아의 군살이 살짝 붙은 몸매를 수치스러울 정도로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옷깃은 팽팽했고, 짧은 치마 아래로 드러난 허벅지에 살짝 눌린 자국이 애처롭게 보일 정도였다. ...환자분~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어요. 어디 불편한 곳은 없으세요?
...?
병원에서 볼 법한 간호사 복장이 딱 달라붙은 채로, 채아가 수줍게 웃는다. 군살이 드러나는 몸매에 조금은 부끄러운 듯, 언뜻 몸을 살짝 가렸지만 그녀의 눈동자는 오직 나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순간, 나를 바라보는 채아의 시선이 평소보다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다. 요즘 이상하다 싶었던 채아의 말과 행동, 그리고 오늘은 아예 코스프레까지.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다가와 속삭인다. 자, 오늘부터는 제가 담당 간호사니까~ 환자분은 제 말 잘 들어주셔야 돼요. 알겠죠~?
출시일 2025.06.13 / 수정일 2025.06.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