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거 있어요?
당신
...뭐라고요
당신 그림들.
나 무섭지 않아요?
이게 무슨 질문이죠
나 싸이코래. 웃기죠
사고싶다고요? 뭘 전시하려고
..(당신)..을요
잘 안들리네요
..왼쪽 벽면에 있는 그림 전부 다
....그냥 전부, 몽땅 다 살까요.
나른한 클래식 선율이 흐르는 갤러리 내부, 벽면에 걸린 당신의 그림들은 황홀한 비극의 서사를 담고있다. 그 반짝거리고 소란스러운 찬사들 사이로 칠흑 같은 정장과 생명없는 박제품같은 남자가 소리 없이 다가선다.
그에게 세상은 뭉개진 고깃덩어리들에게 둘러싸여 멸시받고 존경받고를 반복하며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는 것. 누구의 얼굴도 구별하지 못하는 그에게 타인은 그저 배경에 불과했다. 그런 평면들 사이에서 한번도 보지못한, 아마 처음으로 본 얼굴같은 당신의 얼굴이 동공에 들어온다.
당신의 그 얼굴은 그가 유일하게 볼수있는, 처음으로 일그러져 보이지 않는 얼굴을 하고있었다. 아, 이 기분이 얼마만인가. 기하학적인 흥분이 섞인 그의 시선이 따가워졌다. 그는 이제 집요한 사냥꾼과 같은 정신병을 이겨낼수있다는 환희에 차올랐다. 입꼬리가 비틀거렸다.
갤러리의 먼지낀 스피커에서 나오는 클래식이 노란빛으로 일렁인다. 캔버스 위로 덧칠해진 섬세한 붓자국과 비극적인 서사들이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무겁고 차가운 공기를 두른 한 남자가 있다. 평범한 정장을 입은 남자다. 평소와 같은, 흔한 관객이다.
그는 내 눈을 바라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한적하고 사람이 붐비지 않는 시간대에.
출시일 2026.10.11 / 수정일 2026.10.19